러시아 방문한 최고검찰소 대표단, 형사사법 공조 강화 논의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탈출에 대응해 양국 간 수사 협력 체계 구축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다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5일 윤광원 최고검찰소 부소장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전날(4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 최고검찰소 대표단이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 간 사법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러 간 협력이 사법 분야로까지 확장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26일 “이달 초 로씨야(러시아)에 간 최고검찰소 대표단이 로씨야 검찰사법 기관과 중앙 검찰 제도의 현대화와 국제적 공조 강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는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 내부에서 진행 중인 사법제도 정비와 맞물린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방러 논의 결과를 담은 총화보고서가 지난 19일 당에 제출됐다.

보고서에는 우선 사법 정보화에 관한 협력 내용이 담겼다. 대표단은 전자기록 관리, 디지털 증거 처리, 인공지능 분석 등 러시아의 현대적인 사법 정보화 시스템 일부 도입 가능성을 검토했고, 향후 실무 협조 문건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검찰 인력 교류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대표단은 러시아 검찰 아카데미와 교육기관을 통한 실무자 연수 프로그램을 제안해 올해 10월 초 상호 제안서를 교환하기로 했다. 외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검찰의 역량 강화를 꾀한 셈이다.

또 양국 간 법률 정보 교환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양해각서가 사법 부문의 호상(상호) 협력 확장과 관계 심화를 상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 간 형사사법 공조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사이버 범죄, 마약 밀수,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탈출 및 범죄 사건 대응에서 수사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주요하게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특히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가 주목된다. 러시아는 과거 탈북민의 난민 신청에 대해 범죄 혐의가 없으면 국제법 절차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밀착이 강화되면서 탈북민 체포와 송환, 망명 정보 교환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원 통일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북러 검찰·사법 협력에 대해 국제법적으로는 국가 간 범죄 대응 공조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지만,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나 탈북민 송환 문제가 협력 의제로 다뤄질 경우 국제 난민협약과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가 북러 공조로 러시아 내 탈북민을 북송한다면 ICCPR(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국제인권규범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비판을 받을 것이고 향후 이 협력이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와 맞물려 국제형사재판소(ICC) 범죄 논의까지 이어진다면 국제사회 비난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윤광원 최고검찰소 부소장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이 4일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출발했으며, 8일 비행기로 귀국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