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인권 침해 가해자로 지목된 보위원 최성철이 평양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사건이 해외 파견 보위원 조직생활 체계는 물론 파견 대상 선정 기준까지 바꿔놓았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최성철의 비리를 폭로한 본보의 제보 기사로 대외적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고 판단한 북한 당국이 이중 삼중의 재발 방지 장치를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제2의 최성철 사건 차단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보위성 정치국은 지난달 말 ‘해외 현지 회사 조직 통제 체계 재정비’라는 방침을 하달했다. 해외 파견 보위원에 대한 ‘주 1회 이상 사상·사업 총화 보고 의무화’가 이번 방침의 핵심이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번 방침은 보위원들 스스로 뇌물 수수 등 부정부패 행위를 절제하고 호상(상호) 감시해야 한다는 신호”라면서 “내부에서는 앞으로 괴뢰 한국이 우리 국가의 대외적 권위 훼손 문제에 입도 벌리지 못하게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외 파견 보위원을 선정하는 절차도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일단 함경북도와 양강도 등 북중 국경 지역 출신들을 ‘이미 적들에게 노출됐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 이미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 이들도 제외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험을 바탕으로 당국의 눈 밖에서 능숙하게 비리를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해 되도록 새로운 인물을 선발하라는 원칙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해외 파견 대상으로 이미 선정된 보위원들에 대한 ‘재검증’ 절차는 국가보위성 조직국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폭행·뇌물 수수·불순 발언 등의 문제가 파악된 이들은 파견 제외 대상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외국에 나가 악행을 저질러 원성을 사거나 복수심을 들끓게 만들어 폭로될 위험이 있는 인물들을 사전에 솎아내겠다는 것”이라면서 “혁명적 계급 의식이 남다르고 외국에서도 사람들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보위전사들을 내보내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일으킬만한 소지가 있는 사람의 파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한다는 뜻으로, 이런 분위기는 해외 파견 보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습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진행되는 학습에서는 ‘(노동자들이) 이탈하거나 반발심이 생기지 않게 자애롭고 인자하게 대해주면서 국가 외화 계획분을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노동자 관리 기법, 인터넷 접촉 차단 기술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습 과정도 추가됐다고 한다. 노동자들을 잘 통제하기도, 잘 감시하기도 하는 보위원을 육성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가 읽힌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외화 실적이 곧 당과 국가에 대한 최대의 충성’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지금은 ‘실적도 잡고 사람들의 마음도 잡는 보위원이 오히려 당과 국가에 필요한 전사이며 계속 외국에 파견될 1등 대상’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 같은 체계 변화에 대해 상급과 하급 보위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선 상급 보위원들 속에서는 “어떻게 하면 아래 것들에게 약점 잡힐 수 있나”라며 하급 보위원들을 꼬집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폭로나 고발이 발생하는 것은 하급 보위원들의 무능력에 있다는 인식이다.
반면 일선에서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하는 하급 보위원들은 ‘중간에 낀 신세’라며 자신들의 처지를 하소연하고 있다. “상급에서 돈을 바치라고 하니 뒷돈(뇌물)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러니 노동자들의 반발심도 커지는 것”이라며 뇌물 상납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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