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보위원 2명 평양 소환…노동자 제보 의식했나

노동자들에게서 챙긴 돈으로 평양에 집도 여러 채 구입…중앙당 간부 연줄로 무마될 가능성 커

2019년 12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북한 노동자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인권 침해 가해자로 지목됐던 보위원 최성철이 평양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에 파견돼 있던 다른 보위원 2명도 평양으로 소환돼 현재 국가보위성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소환하기 전 북한 파견 노동자들에게 신소(신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본보의 제보 기사가 이번 사안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러시아 건설회사 담당 보위원 최 씨의 비행을 폭로합니다”)

3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와 블라디보스토크에 각각 파견됐던 보위원 한광진(40대 후반, 남)과 송명남(50대 중반, 남)이 지난 1월 중순과 3월 말 순차적으로 평양에 소환됐다.

당국은 정기 총화를 위해 소환한 것이라 밝혔지만, 두 사람 모두 개인 짐을 하나도 가지고 귀국하지 못할 정도로 사실상 체포에 가깝게 급박한 소환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국가보위성은 지난해 2월경 러시아 현지 파견 일꾼 관리자들에게 내적으로 노동자들로부터 신소를 받으라는 지시를 하달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심지어 ‘괴뢰(한국) 일간지들에 제보하지 말고 차라리 우리에게 말하라’는 식으로 유도하라는 언급도 있었다고 한다.

본보가 지난해 1월 러시아 현지 노동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보위원 최성철을 인권 유린 가해자로 폭로하는 기사를 내보낸 뒤 북한 당국이 유사 사건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의 신소를 받아 본 국가보위성은 보위원들의 비리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며 “한광진과 송명남은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폭로 당한 악독한 보위원으로 분류돼 소환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리 행위 속속 드러나…그런데 처벌 가능성은 희박?

우선 보위원 송명남은 현지에서 수시로 노동자들에게서 돈이나 담배를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몸이 아파 병가를 요청하는 노동자가 있으면 조용히 찾아가서 뒷돈(뇌물)을 요구하고, 여의찮으면 전자제품이나 술을 대신 바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보위원 한광진은 이보다 더 악랄했다. 그는 외부 청부업(일종의 아르바이트)을 나가는 작업조들을 따라다니면서 노동자들이 번 돈의 일정 부분을 받아냈고, 러시아 현지 건설 브로커들에게서 외제차를 뇌물로 챙기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이렇게 차곡차곡 챙긴 돈을 평양에 있는 아내에게 보냈으며, 아내는 이 돈으로 여러 채의 집을 구입했다.

특히 한광진은 노동자들의 신소와 폭로로 모든 비리가 드러나 소환됐음에도 “외국의 일이 다 그렇다. 업무 추진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도 해 국가보위성 관계자들로부터 경악을 자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의 처벌 가능성에 대해 소식통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토대(출신성분)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소식통은 “이들의 가족은 물론 사촌들까지 중앙당 간부들과 연결돼 있어 이들을 건드리면 여기저기에서 전화를 찍찍 해댈 것인데 그렇다면 국가보위성도 난감할 것”이라면서 “별다른 처벌을 내리지 않고 그냥 무마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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