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첫날, 담임교사 향해 불만 표출한 학부모들…무슨 일?

생계 어려운 교사 배정된 것에 못마땅해 대놓고 불만…능력보다 생활 형편이 판단 기준 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전국의 수많은 학교들에서 전날(1일) 2025년 새학년도 시작과 함께 개학식들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학교들에서 새 학기가 시작된 가운데, 실력보다 생활 형편으로 담임교사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라선시에서는 올해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생 학부모들이 생활 형편이 좋지 않은 담임교사 학급에 자녀가 배정된 것에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지난 1일 라선시의 한 소학교에서 입학식 후 학부형 수업 참관이 진행됐다”며 “당시 1학년 한 학급에서 교실 뒤편에 서서 담임선생의 수업을 지켜보던 학부형들이 탐탁지 않은 듯 공공연히 불만을 드러내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학교에서는 입학 때부터 졸업 때까지 1명의 담임교사가 한 학급을 전담하는 ‘연임제’가 시행되고 있다. 미혼이었던 담임교사가 결혼하게 돼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거나 병에 걸려서 더 이상 교직 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 때 등 부득이한 경우에 담임이 교체되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일이고, 대체로 줄곧 한 담임이 몇 년간 같은 반을 맡는다.

따라서 북한 학부모들에게는 담임교사 배정이 향후 자녀들의 앞길을 결정짓는 중대한 일로 여겨진다. 더욱이 소학교는 5년제로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만큼, 소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담임교사 배정 문제에 특히나 민감하다.

이런 가운데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1일 라선시의 한 소학교 1학년 학급에서 일이 터졌다. 입학식 후 이어진 참관 수업에서 담임교사의 모습을 지켜보던 학부모들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한 것.

학부모들은 왜소하고 초라한 행색으로 자신감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담임교사를 보고 “저런 선생에게 우리 애를 5년을 맡겨야 한다니 억이(기가) 막힌다”는 등의 말로 못마땅해하는 기색을 여실히 드러냈고,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수업 도중에 교실 문을 열고 나가 교장실에 항의하러 가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해당 담임교사의 형편을 아는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부모와 함께 살며 집안의 생계를 도맡고 있는데, 입는 옷도 변변치 않아 ‘단벌 신사’로 소문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소식통은 “요즘 학부형들은 ‘생활이 어려운 선생일수록 학부형들에게 더 의존하려 든다’, ‘선생이 먹고사는데 정신 팔려있으면 학교에 신경을 못 쓴다’는 말을 하면서 드러내 놓고 잘 사는 선생을 원한다”며 “잘 사는 선생을 만나야 자식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생의 능력보다 생활 형편이 학부형들의 판단 기준이 되다 보니 선생의 권위가 떨어지고 학부형과 교사 간 신뢰보다는 서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소식통은 “학교와 연줄이 있는 집들은 입학 전부터 뒤로 사업해서 잘 사는 담임이 맡은 학급에 자식 이름을 넣었다”며 “이 때문에 입학 시기에는 항상 담임 배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교장실에 달려가 따지면 5년 내내 학교나 담임에게 ‘복잡군중’으로 찍히니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