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월 본보의 제보 기사를 통해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인권유린 가해자로 폭로된 북한 보위원 최성철이 평양으로 송환돼 국가보위성에서 자체 총화(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에 파견돼 있던 최성철이 최근 평양으로 송환됐다. 한 북한 파견 노동자의 제보로 노골적 상납금 요구 등 그의 비행이 폭로된 지 1년여 만이다.
소환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데 대해 소식통은 “바로 끌고 오면 ‘적들의 모략 선전에 동조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자체 판단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시간이 조금 흘렀다는 점에서 외부적으로는 ‘순환 업무 교체’로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일단 국가보위성은 해외 파견 일꾼의 비리가 외부에 알려진 상황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비리가 내부 고발자(노동자)에 의해 외부에 폭로된 만큼 국제적으로 조국의 대외적 권위를 훼손한 한 형태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이 조용히 진행 중이며 이 사람(최성철)을 외국으로 내보내는데 수표(사인)한 사람들도 불려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최성철 본인은 억울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보도된 사실을 ‘적들의 음모’이자 ‘내부 간첩의 작간’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현장에 파견 나온 관계자들에게 ‘충직한 보위전사’라고 평가받았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적으로 상납 받는 등 부정부패 드러나…제보 내용과 일치
그러나 최성철의 비리 사실은 총화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우선 그가 작업소장이나 외부로 나가는 노동자들에게 각종 트집을 잡아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아왔다는 점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1월 본보에 최성철의 비리를 폭로한 제보자의 증언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의 월급을 착복하거나 현지 로씨야(러시아)인과 결탁해 다른 이익도 챙겨서 로씨야 은행에 감춰뒀을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본인은 그런 것은 없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부과되는 ‘국가계획분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집중 총화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또한 말끝마다 당·수령·국가를 앞세워 노동자들에게 돈을 갈취하면서도 정작 상부에는 바치지 않았다는 제보자의 폭로와 결을 같이 하고 있다.
얼마 전 당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다뤄진 우시군·온천군 비리 사건 이후 강조되고 있는 간부들의 부정부패 척결 분위기에 최성철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내부에서는 강등이나 배치 대기(대기발령)과 같은 내부적 징계 조치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상부에서는 당연히 조용히 해외 파견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내부 한직으로 보내는 형태로 처리하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괜히 일을 크게 만든다면 본인들까지 관리 소홀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제2의 폭로자’ 발생 가능성 차단에 집중
러시아 현지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의 북한 노동자들은 최성철이 가벼운 처벌에 그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최성철 소환 이후 ‘총화를 받긴 하겠지만 엄중 처벌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수군대기도 하고 ‘똑같이 착취하면서도 누군가는 걸리고 누군가는 빠져나간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오히려 노동자들 속에서 이런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폭로해도 그리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점을 인지하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무력감을 느끼기를 의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북한 당국은 ‘정보 유출 차단을 위한 감시’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조선(북한 당국은)은 ‘제2의 최성철’보다 ‘제2의 폭로자’를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최성철과 같은 부정부패 간부들은 내부적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지만 내부자가 외부에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국가 체제에 심각한 고름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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