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당국이 불법 송금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불법 송금에 연루된 탈북민 가족을 공개비판 무대에 세워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말 회령시에서 탈북민 가족이 공개비판 무대에 세워져 강한 비판을 받았다”면서 “이유는 이 가족이 외국에 사는 탈북민에게서 돈을 받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공개비판 무대에 세워진 탈북민 가족은 지난달 초 송금 브로커로부터 3000위안을 전달받았다. 그러다 이들에게 돈을 전달한 송금 브로커가 회령시 보위부에 체포되면서 이 가족도 문제시됐다.
시 보위부는 해당 탈북민 가족 중 1명을 붙잡아 조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 외국에 사는 탈북민으로부터 돈을 전달받았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후 시 보위부는 이 가족이 받은 돈을 전액 회수했고, 돈을 전달받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가족을 공개비판 무대에 세웠다.
이번 공개비판에는 회령시 인민반 세대 주민 대부분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대에 세워진 탈북민 가족은 “외부에서 돈을 전달하려는 사람이 접근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지시를 어기고 돈에 눈이 멀어 반사회주의적 행위를 저질렀다”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과거에는 불법 송금으로 단속되면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는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공개비판 무대에까지 올려 망신을 주고 비난을 가하고 있는데, 이는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특히 외부에서 돈을 전달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북한 내 다른 탈북민 가족들에게도 경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이번 공개비판 이후 한 탈북민 가족은 ‘나도 언젠가는 저런 무대에 세워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탈북민 가족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강한 감시를 받기 때문에 이들은 평소에도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제는 돈을 받았다는 죄, 돈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죄로 공개비판 무대에 세워져 망신까지 당하니 탈북민 가족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공개비판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탈북민 가족들은 겉으로는 힘든 척해도 최소 배를 곯지 않아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국가가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강한 통제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이러한 탈북민 가족 통제 강화의 배경에 탈북 방지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이 깔려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고 한다.
탈북민 가족들의 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인식이 탈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가가 이를 차단하기 위해 단속과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공개비판까지 해가며 탈북민 가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금 같은 세월에 밥 먹고 살려면 가족 중에 탈북민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탈북민 가족 통제는 결국 주민 불안만 더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