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공급하자마자 검열…”의도적인 것 아니냐” 의혹도

전기 공급하고 검열하는 기관 같으니 주민들 사이에 음모론 제기돼…"계획적인 수탈 행위" 비난

2018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고용량 전기 제품을 사용하는 주민 세대를 겨냥한 전기 검열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기 공급 시간에 맞춰 단속이 집중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의도적 전기 공급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1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에서 송배전부 소속 직원들이 인민반 세대들을 돌며 전기 사용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기가 공급되는 시간대에 맞춰 검열이 진행되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단속을 위해 전기를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요 검열 대상은 전기밥솥이나 전기히터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가정이다.

검열은 전기가 공급되는 시간대에 맞춰 불시에 진행되고 있어 전기가 들어오자마자 취사나 난방을 위해 전자제품을 켠 주민들이 단속에 걸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단속에 걸린 주민들은 전자제품을 압수당하기도 하고 송배전부에 가서 조서를 쓰기도 하는데, 일부 주민들은 이런 일을 피하려고 검열 나온 이들에게 담배나 술 등의 뇌물을 건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전기가 들어오면 장작을 아끼기 위해 어떻게든 전기를 쓰려고 하는데 전기를 켜자마자 검열원들이 들이닥치니 단속을 피하기가 어렵다”며 “주민들은 뇌물용 담배 한 갑으로 5000원 이상의 돈을 쓰는 등 예상치 못했던 지출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처음에 이를 단순한 전기 검열로 받아들였다가 단속되는 사례가 워낙 많고 똑같은 가정이 여러 번 단속되는 경우도 생기자 점점 수상쩍게 여기기 시작했다. 이에 “전기 공급 자체가 검열을 위한 미끼이며 송배전부가 단속을 명분으로 주민들에게 뇌물을 뜯어내려 하는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확산한 상태다.

실제 혜산시의 한 인민반에는 전기 검열에 걸려 검열원들에게 뇌물을 바친 세대가 10세대가 넘는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난 5일 오후 1시경 전기가 공급되자마자 한 주민이 국을 데우려 전기로 된 조리 기구에 냄비를 올려놓았는데,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검열원들에게 단속되는 일이 있었다”며 “ 이 주민은 7000원짜리 여과 담배 한 갑을 건네 무마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에너지 절약’을 내세워 전기 검열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단속 권한이 있는 조직이 주민들로부터 검열을 명목으로 뇌물을 수취하고 있는 셈이다. 단속을 빌미로 주민들의 고혈을 빼내 자신들의 뒷주머니를 채우는 부정부패 행위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식통은 “전기 공급과 검열을 담당하는 기관이 동일하다 보니 주민들은 단순한 단속이 아니라 ‘백성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계획적인 수탈 행위’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단속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어떻게 하면 주민들에게서 이익을 챙길지 그 궁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비난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때문에 요즘에는 아예 전자제품 이용을 포기하는 가정들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