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2025년 북한을 보는 5가지 눈(five eyes)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당 총비서 참관하에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이 5월1일경기장에서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공연에는 공훈국가합창단, 왕재산예술단을 비롯한 관록있는 예술단체 예술인들과 시 안의 예술교육기관 학생들, 빙상선수들, 어린이들이 출연하였다"라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일 김정은 당 총비서 참관하에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이 5월1일경기장에서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공연에는 공훈국가합창단, 왕재산예술단을 비롯한 관록있는 예술단체 예술인들과 시 안의 예술교육기관 학생들, 빙상선수들, 어린이들이 출연하였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필자가 북한문제를 천착하기 시작한 지도 언 37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현업에서 물러난 지도 오래되었는데 어떻게 현안이슈를 추적하여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가?”, “관련 정보는 어디에서 구하는가?”.

그때마다 이렇게 답을 한다. “나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의 머릿속에 들어가 생각해 보는 게 즐거운 ‘북한 덕후’이다. 현직이 아니어서 결정적 첩보(smoking gun)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조기경보와 전망·대책을 논하는 글은 논리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정보를 찾아다니기 보다는 내 나름의 거미줄을 여러 개 쳐놓고 기다린다. 그곳에 걸리는 것들을 가지고 나만의 요리를 만든다.”

오늘도 한해를 마감하면서 2025년 북한정세와 관련한 필자의 눈, 메뉴를 내놓는다. 안보·통일문제를 다루는 정부부처와 민간연구소의 종합메뉴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맛을 내고자 한다. 먼저 애피타이저(appetizer)로 올해 핫이슈부터 간략히 짚어본다.

2024년 북한 키워드

올해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김정은이 2023년 12월 30일 당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제시한 ‘적대적 2국가론’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과 통일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제1주적·교전국으로 규정한 ▲선대 김일성·김일성의 대남노선과 차별화를 선언한 ▲그야말로 북한정권 역사상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혁의 시도였다.

김정은이 남과 북 사이 대화와 협력이 아닌 대결(‘헤어질 결심’)로 노선을 전환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①북한주민들의 한류 등 외부정보 접촉·소비 증대로 인한 개인주의·대남동경심 확산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처방 필요성(‘진지전’) ②대한민국 국론을 분열시키고 미국을 압박하는 대남-대외 전술적 효과(‘고지전’)로 대별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이 어린시절부터 내면 속에 형성된 ‘서자-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차원에서 보면 ③선대와의 차별화를 통한 홀로서기 욕구(‘기저 심리’)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김정은 독자노선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액션이 ▲내부통제 강화 및 탈선대·김정은 우상화(주체연호 폐지, 태양절 의미 축소, 김정은 초상화·배지 보급 등) ▲군전력 향상 매진과 대남 오물풍선 테러(32차례 자행) ▲러-북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러-우 전쟁 파병(12,000여 명) 등이었다.

필자는 이 가운데 ①번 사항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적대적 2국가론’을 선포하게끔 추동한 가장 큰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는 바, 교류·협력에 기초한 전통적인 통일전선전술이 오히려 체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류확산/흡수통일’)한다는 판단하에 분리·차단 정책으로 정권안정을 담보하면서, 핵무력 강화를 통한 무력적화노선을 보강해 나가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같은 저의는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강조한 “(남한)정권이 10여차례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 흡수통일을 시도한 것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는 발언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갑작스런 대전략 전환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미국 대선·러-우 전쟁 등 국면하에서 대외정책 추진의 부담감을 경감하기 위해 전면적 시행보다는 ‘보여주기’(show-like)와 ‘빌드업’(build-up) 기조하에 차분히 후속조치를 이행해 나가는 전술을 구사해 오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증좌가 김정은의 ’영토조항 헌법 삽입‘ 지시(1.15)에도 불구하고, 10개월이라는 오랜 기간의 검토 과정을 거쳐 헌법을 개정하였고, 아직 그 세부 조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8일이나 지난 11일이 되어서야 논평없이 보도하고 그 이후에도 12일과 16일 2회에 걸쳐 사실관계만 기사화하는 등 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가 2023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5일 차 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과의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사진=노동신문·뉴스1

2025년 북한을 보는 5가지 눈

필자가 ‘적대적 2국가론’ 2년차인 2025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영역은 ①김정은 독자노선 양상 ②한류와의 전쟁 ③러-우 전쟁 파병 성과 ④트럼프와의 제2 브로맨스 ⑤필요시 정세조작 도발 등이며, 이 과정에서 러-우 전쟁 휴전 시기와 방법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밖에 핵능력 고도화, 만성적 경제난 탈피를 위한 행보와 같은 초대형 이슈도 당연히 있지만, 이들은 1년 365일 상수(constant)로 작용하는 제1정책 목표와 같은 것이어서 5가지 눈(five eyes)에는 굳이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둘까지 넣으면 사실상은 7가지 눈(seven eyes) 이라고 할 수 있다.

①김정은 독자노선

2025년은 ▲경제·국방발전 5개년계획의 마지막 해이자 ▲‘적대적 2국가론’과 ‘지방발전 20×10 정책’ 시행 2년차이고 ▲8.15 광복 및 10.10 노동당창설 80주년이며 ▲우리의 국회 격인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현 제14기는 2024.3월로 임기가 만료되었으나 계속 활동 중)를 실시해야 하는 해이며 ▲김정은 집권 후 3번째로 개최하는 9차 당대회(2026.1 예정/조기소집 가능)를 준비해야 하는 의미있는 해이다.

따라서 북한은 김정은 독자노선 성과 도출과 선전을 그 어느 해보다 배가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 바, 핵능력 고도화-경제 활성화 노력과 함께 “김정은 생일(1.8) 국경절 지정 등 개인우상화, 헌법의 영토조항 공개, 국가제일주의를 기반으로 한 신노선 강화” 등을 기초로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강성국가 원년》 선포를 추진할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 있다.

②한류와의 전쟁

필자는 지난 칼럼(2024.12.12자 데일리NK칼럼 ‘김정은의 비상계엄’)에서 한류와의 전쟁을 1단계 단속 강화 → 2단계 악법 연속 제정 → 3단계 적대적 2국가론 선포의 과정으로 설명하면서 한류영상물 유포시 최고 사형까지 부과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을 비롯한 대주민통제법 8가지를 ‘악법 8종세트’로 규정한 바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동통신법·미성년범죄방지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군중신고법(2022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국가비밀보호법(2023년), 인민반조직운영법(2024년) 등 외부정보 접촉·소비를 차단하고 상호고발을 강제하는 악법들과 ‘적대적 2국가론’이 대러 용병 프로젝트와 맞물려 어떻게 강화되고 또 주민들은 어떤 반향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김정은 체제의 근간을 밑바닥부터 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③러-우 전쟁 파병 성과

2025년 1월 말 ‘러-우 전쟁 조기종식’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2025년은 대러 무기·탄약 지원과 파병 베팅의 성과, 명암이 어느 정도 결정되는 해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탈환전투에 기여하고 휴전협상이 푸틴에 유리하게 전개될 경우(김정은 방러와 전방위적 협력 가속화)와 반대의 경우(반김정은 움직임 표출과 고립·압박 심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할 듯하다.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④트럼프와의 제2 브로맨스

북한이 북핵문제와 관련 비핵화로 입장을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핵보유국 법제화, 김정은의 핵능력 질·양적 제고 지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중·러의 방파제 역할, 러-우전쟁 파병, 화성-19형 대륙간탄도미사일(‘최종 완결판’ 주장) 시험발사 등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따라서 트럼프가 유화제스처를 수시로 보내고 있지만, 김정은은 러-우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적대적 2국가론’ 정착화와 푸틴과의 공조에 주력하며 탐색전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트럼프 역시 국내경제 문제, 러-우 전쟁과 같은 급한 불부터 꺼야하므로 북한이 9차 당대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쯤이 되어서야 ‘Again 2018’과 같은 제2의 브로맨스를 상정해 볼 수 있을 듯하다.

⑤정세조작 도발

북한은 정권수립이래 필요시 도발을 자행해 왔으며, 특히 ‘적대적 2국가론’하에서는 도발을 통한 대적의식 고취와 대남 남남갈등 조장을 매우 유효한 카드로 활용 중이다. 특히 지금은 윤석열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용시 보궐선거 실시)이므로 북한의 공작활동은 온-오프 라인, 공식-비공식 채널에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영토조항 공개와 무력시위를 통한 국지전 유발, 오물풍선 테러, 무인기 침투, 주요 인사 및 시설 공격, 정찰위성 발사, 핵추진잠수함 건조, ICBM 정각발사, 7차 핵실험과 같은 도발 카드는 김정은의 주머니 속에 항시 들어있는 칼과 같은 것이므로 예의 주시, 대비해야 한다.

맺 음 말

2024년은 김정은에게 ‘위기와 결단의 해’였다. 그렇지만 2025년은 우리에겐 불행한 일이지만 젊은 독재자에게는 ‘기회와 성과의 해’가 될 개연성이 크다. 김정은체제 붕괴-김주애 후계자설과 같은 전망은 점(부분)을 선(맥락)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면(전체)으로 확대 해석한 결과일 뿐이다.

국가 안보와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객관적 평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정관념이나 소망성 사고는 금물이다. ‘적대적 2국가론’하에서 남북관계는 당분간 《대한민국 무시와 남남갈등 조장 전술》이 기본 축으로 작동할 것이므로, 정부도 긴 호흡을 가지고 당당한 자세로 ‘12.3 비상계엄’ 위기 국면과 북한의 예상되는 다양한 도발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이후 미·중관계를 비롯해 국제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으므로, 한반도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큰 구상과 발빠른 조치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전략적 소통을 해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은 높아진 국격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안보), 상호 이익공유(경제), 북한인권 개선(보편가치)과 같은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를 당당하게 관철시켜 나가야 함을 강조하면서 글을 맺는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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