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국밥 한 그릇’의 온기 나누는 한 여인의 사연은?

"멀리 가있는 딸의 용돈으로 굶주린 아이들 챙기고 있다"

2018년 10월께 촬영된 북한 평안남도 순천시의 한 농촌마을 풍경. 한 장사꾼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도 연말을 맞아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오랫동안 추운 겨울 거리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한 중년 여성의 사연을 소식통이 전해왔다.

23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OO지역(안전상 지역 불특정)에서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꽃제비로 보이는 이들에게 먹을 거리를 사주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소식통은 “한 골목 시장에서 국밥을 팔던 장사꾼들이 지난해 겨울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여성을 눈여겨 보게 됐다”며 그 여성은 종종 거리에서 떠돌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국밥과 먹거리를 사줬다고 전했다.

한 장사꾼는 “처음엔 냄새 나는 아이들이 앉으면 다른 손님들이 싫어하니 안 팔고 싶었지만 그 여인이 국밥 값을 후하게 치르며 잔돈도 받지 않겠다고 해 결국 국밥 다섯 그릇을 팔게 됐다”며 당시 처음으로 그 여인을 알게 된 이야기를 소식통에게 털어놨다.

이후에도 모두 제 살기도 바쁜 골목 장사꾼들에게 그 여인은 ‘괴상한’ 존재였다. 한두 달 간격으로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와 겨울에는 국밥을 사 먹이고 여름에는 냉국수와 떡, 튀김, 두부밥, 인조밥(유부 초밥)을 사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그 여성은 음식 값을 더 얹어주기도 하고 심지어 ‘장사하다 배고파 보이는 아이들이 있으면 좀 주라’면서 장사꾼들에게 돈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갈수록 상식적이지 않은 그의 행동에 골목 장사꾼들 사이에 작은 연대감까지 형성됐다.

소식통은 “초반만 하더라도 ‘이러다 골목 여기 저기서 꽃제비들이 몰려 들 것’이라며 부탁받은 대로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두세 번 그 여인의 행동이 반복되자 애써 모른 척했던 온정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그의 사연이 장사꾼들의 가슴을 울렸다고 소식통은 전하기도 했다. 날이 추어지면서 다시 나타난 여인은 장사꾼들이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묻는 물음에 조심스럽게 ”딸이 멀리 있다“ “그 딸은 일한 만큼 돈을 받고 사는 것에 감사하며 계절마다 용돈을 보내준다” “그 돈을 보낼 때마다 배고팠던 어릴 적 생각이 나는지 거리에 배고픈 아이들이 보이면 국밥이라도 사주라고 당부하기에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사연을 들은 주변 장사꾼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그래 비록 힘든 삶이지만 이렇게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장사꾼들은 딸의 거주 지역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그 여인의 사연에 대해서도 떠들지 말자는 게 암묵적인 룰이 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여성의 따뜻한 행동은 주변 상인들에게도 잊고 있던 온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며 “팍팍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나눠야 한다고 서로를 다독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