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그 후④] 복구에 훈련까지 이중고 시달리는 병사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인 4일 평안북도 수해복구 건설 현장을 또다시 찾아 ’12월 당 전원회의 전까지 최상 수준의 완공’을 이룰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물이 너무 빨리 차올랐습니다. 공구는 물론이고 건설 장비와 보급품까지 떠내려갔어요.”

지난 7월 말 북한 평안북도 태천군에도 몰아친 폭우는 대령강(大寧江) 인근에 위치한 국방성 군사건설국 산하 대대급 부대에 전례 없는 위기를 안겼다. 홍수로 대령강이 범람하면서 막사는 물론 공구 창고와 탄약고, 무기고 등도 물에 잠겨 해당 부대 병사들은 몇 날 며칠 밤을 ‘대피전투’로 지새워야 했다.

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태천군에 내린 집중호우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대령강이 순식간에 둑을 넘어 부대 전역을 삼키면서 부대에 있던 병사들은 몸을 피할 높은 지대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고립됐다. 이 와중에 태천댐의 수문 방류 조치는 차일피일 늦어지며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물 범벅, 진흙 범벅이 된 병영에서 병사들은 밤낮없이 물을 퍼내고 침수된 군용 장비와 무기들을 건져내는 작업에 동원됐다.

이후 폭우가 잦아들고 물이 빠지면서 본격적으로 복구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병영은 복구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실제 해당 부대 병사들은 신의주와 의주의 농경지와 주민 살림집을 재건하라는 국방성의 동원 명령을 받고 그길로 현지에 총동원됐다고 한다.

병사들은 장비와 자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맨손과 삽으로 버텨야 했고, 피해 발생 이후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한 탓에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더욱이 병사들에 대한 식량 보급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소식통은 “기본 보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병사들은 공사 현장의 적은 급식량에 의존해야만 했고, 배고픔에 시달린 일부 군인들은 복구 작업 도중 민가에서 도적질을 해 배를 채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의 북한 군인 모습. / 사진=데일리NK

병영 복구 채 끝나지 않아…병사들은 추위·배고픔 속 생존 투쟁 중

수해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나면서 신의주와 의주의 피해 복구 작업은 명목상 완료됐으나 태천군 소재 국방성 군사건설국 산하 부대 병영의 피해 복구는 아직 채 완료되지 못해 병사들이 처참한 생활 환경에 놓여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난방 설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고, 난방이라고 하면 70년대처럼 철통 난로에 하루 1회 나무를 때 공기를 덥히는 정도가 고작이라 병사들은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추운 막사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우에 파괴된 수도 시설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병사들은 강물을 길어다가 끓여 마시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병영은 그야말로 대충 복구돼 폭설이 오면 견디지 못할 정도”라며 “이번 겨울은 병사들에게는 시험 그 자체”라고 했다.

병영 피해 복구도 채 끝내지 못한 상황에 동기훈련까지 시작되면서 병사들은 그야말로 생고생 중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실제 이 부대는 피해 복구와 훈련을 병행하고 있어 병사들이 이중고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 구분대의 한 병사는 ‘훈련과 복구 작업을 병행하라는 명령은 몸을 갈라야만 가능한 일’이라면서 ‘복구가 채 완료되지 않은 훈련장에서 예년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야 하는 우리는 지금 훈련받는 병사가 아니라 생존을 해야 하는 병사들’이라며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방성 군사건설국은 복구 지원과 자재 공급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것일까. 지난 11월에는 해당 부대의 탈영병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해당 부대 병사들이 체력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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