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6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하면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 지역에서는 수천 명의 주민이 고립되고 농경지와 주택은 물론 국방공업 시설이 침수되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현재, 피해를 입었던 평안북도 9월 제철종합기업소(이하 9월 제철소)와 덕현광산은 일부 복구됐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월 제철소는 북한 국방공업의 밑거름이 되는 핵심 철강 생산 시설이며, 덕현광산은 9월 제철소에 필요한 광물을 채굴해 보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방공업에 중대한 손해…주민 총동원해 복구 나섰지만 ‘미완’
2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월 평안북도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북한 국방공업의 핵심 시설인 의주군 9월 제철소(덕룡구)와 덕현광산(덕현구)이 큰 피해를 봤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소식통은 “멎을 줄 모르는 폭우로 불어난 압록강과 개울물, 산골짝에서 흘러든 물이 압연기 등 9월 제철소의 일부 생산 설비를 덮쳤다”며 “제철소의 정문과 초소, 주철 보관 창고 등은 물에 잠겼고 용광로와 전기로도 거의 침수될 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9월 제철소의 철강 생산이 중단된 것도 모자라 거센 물살로 인해 다리가 붕괴되면서 일부 제철소 종업원들이 출근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한다.
또 덕현광산은 노천 시설이 물에 잠기거나 떠내려 가는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채굴한 광물을 지상으로 운반하는 주요 레루(레일)가 휘어지거나 유실됐고, 산사태로 인해 주요 진입로마저 막혀 광물 채굴과 운송이 사실상 마비됐다”며 심각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수해 직후 북한은 국방공업 부문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9월 제철소 종업원, 덕현광산 노동자는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동원해 복구 작업에 나섰다.
소식통은 “지난 8월부터 11월 초까지 9월 제철소와 덕현광산의 주요 설비들이 정비, 교체됐다”며 “침수된 설비들은 청소와 보수 작업을 거쳐 대부분 이달 중순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9월 제철소의 생산은 대부분 정상화된 상태지만, 제철소에 광물을 보장하는 덕현광산의 경우 광석 채굴은 재개됐으나 운반 레일 일부가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여전히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덕현광산은 자동화 설비와 핵심 전기 장비의 부품 교체도 시급한 상태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검열에서 재해 대비 체계 미비하다 지적 받아…교육·훈련 강화 강조
이런 가운데 이달 중순 평안북도에서 실시한 국방공업 부문 피해복구 및 생산 정상화 검열에서 9월 제철소와 덕현광산의 안전 관리 체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해 이후 당과 국가의 조치에 따라 필수적으로 갖추게 된 재해 대비용 배수 시스템이 미비해 향후 또다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덕현광산은 물 저장 탱크와 배수 시스템이 거의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생산을 재개해 피해복구를 눈가림식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평안북도는 도내 중요 국방공업 시설인 9월 제철소와 덕현광산에 배수펌프와 물 저장 탱크를 증설하고 주요 설비 주변에 방수벽을 구축하는 등 재해 대비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출 것을 재차 지시한 상태다.
그런가 하면 도는 재해 대비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 재해 상황 시 종업원들과 노동자들이 설비 보호와 안전 대피와 같은 대처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번 검열에서 강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모든 것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주민들에게 수해 피해는 악몽과도 같은 일일 수밖에 없다”며 “제철소와 광산의 책임일꾼들은 이번 수해로 인한 4개월간의 복구 과정에서 재난 대응, 안전 관리 체계 강화를 통한 철저한 대비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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