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 영변 핵시설이 지속 가동 중인 징후가 관찰되고 있다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밝혔다. 이에 위성영상 자료를 활용해서 최근 영변 상황을 살펴봤는데, 평안북도 영변 핵 단지 주요 시설이 지속 가동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원자로와 경수로 단지에서 냉각수가 구룡강으로 배출되는 것이 간헐적으로 식별됐고, 열적외선 영상에서도 핵물질 생산시설이 고열을 내며 가동 중인 정황이 분석 결과 파악됐다. 한편, 야간 조도영상에서 불빛이 식별됐는데, 국제사회 위성감시를 피하기 위해 심야 시간대에 은밀히 물자·자재를 반출입하는 차량 행렬 활동과 관련 있는 야간 불빛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변 원자로·경수로 냉각수 배출
미국 GIS 업체 ESRI가 제공하는 ‘과거 위성사진 보기(World Imagery Wayback)’ 프로그램에 올라온 GeoEye-1 고해상 위성사진(해상도 40cm)을 활용해서 영변 원자로·경수로 일대를 살펴봤다. 원자로·경수로를 가동하면서 데워진 냉각수가 펌프장을 통해 구룡강으로 배출되는 것이 흰 포말과 함께 위성사진에서 식별됐다.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0일 이사회 성명을 통해 “영변의 경수로가 간헐적으로 계속 가동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면서 “이는 현재 경수로에서 시운전 과정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경수로 시운전은 일반적으로 핵연료 생산을 위한 원자로를 정상 가동하기 전에 모든 시스템과 장비가 설계대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하는 단계적인 테스트와 검증 과정이라고 한다.
◆핵물질 생산시설 열적외선 고열 감지
미국 지구관측위성 Landsat-8호가 촬영한 열적외선(TIR) 영상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영변 지역은 10월 23일 오전 평균 기온 9도에 최저 5도, 최고 14도 기온분포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분석 결과, 영변 내 주변 기온(평균 9도)과 달리 핵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이 12~14도의 높은 기온을 보이면서 활발히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고, 우라늄농축시설도 11~12도 고열을 발산하며 운영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실험용경수로(ELWR)에서는 고열이 감지되지 않은 반면, 5MWe 원자로에서 11도의 열이 발산되는 것으로 파악됐고, 원자로가 저강도 운영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영변 핵 단지 야간불빛 포착
미국 JPSS 위성이 촬영한 야간 조도영상(VIIRS)에서 11월 11일 영변 핵 단지에서 야간 불빛이 포착됐다. 영변 일대가 깜깜한 암흑에 잠긴 새벽 1시 반 심야 시간대에 의문의 불빛이 식별된 것이다. 영변 핵시설에서는 특히 방사화학실험실(일명 재처리시설)에서 간헐적으로 야간 불빛이 식별된 사례가 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지난 3월과 6월에도 식별된 바 있는데, 미처 살펴보지 못한 날짜까지 감안하면, 영변 내 야간 불빛 출현 횟수는 더 많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새벽 한밤중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의문이다. 야간에 긴급시설 정비 또는 개보수 관련 상황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원자로 구역에서 폐연료봉을 밤에 방사화학실험실로 은밀히 반입하는 차량 행렬 전조등의 불빛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국제사회 위성 감시망을 피하려고 야간에 숨바꼭질 벌이는 밤고양이 행보일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