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안북도 수해 피해 지역에 소방차를 동원해 급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재민들에게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겠다는 목적인데, 공급되는 물의 양이 충분치 않고 수질도 좋지 않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2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피해복구대책위원회는 이달 중순부터 전국에 포진해 있는 소방차들을 총동원해 수해 피해가 발생한 신의주시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
소방차를 통한 급수 지원은 오전과 오후 하루 2차례씩 이뤄지며, 주민 한 세대당 하루 40리터의 물이 공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신의주시 주민들은 10~20리터짜리 물통을 들고, 하루 두 번씩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동원된 소방차에서 물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신의주시는 장마철 폭우가 내릴 때마다 수도 공급이 끊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며 “이번 폭우로 큰물(홍수) 피해가 발생한 신의주시는 현재까지 수도 공급이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임시 천막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수재민들은 물 부족으로 자주 씻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실 물도 부족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재민들이 물 부족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는 내용이 중앙에 보고되면서 북한 당국이 전국의 소방차를 동원해 급수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수해 지역 물자 공급에 관한 선전 보도를 빼놓지 않고 있는 북한 매체가 소방차를 동원해 수재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고 있어 현지 주민들 속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재민 지원 행보를 자세히 보도하며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전국 각지 주민들이 지원물자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지속 전하며 내부 결속을 꾀하고 있다.
신의주시 주민들은 북한 매체가 소방차를 통한 물 공급을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0여 일이 지나도록 관련 사실을 전하지 않자 “국가에서는 수도 공급이 중단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며 수군거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폭우에 상수 시설이 마비됐는데 당국이 이를 빠르게 복구하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소방차를 동원한 열악한 사정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보도하지 않는 것이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소방차 급수 지원과 관련해 “당장 쓸 물이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공급량이 너무 적고 수질도 좋지 않다”는 게 신의주시 주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소방차에서 공급되는 물에 흙이 섞여 있어 그냥 마실 수는 없다”며 “그래도 물을 주는 게 다행인데, 다만 양을 조금 더 많이 주면 좋겠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