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육아법’을 채택해 어린이 젖제품(유제품)과 영양식품 공급 보장을 법제화하고 다자녀 가구 주택 우선 배정, 생활비 지원 등의 혜택을 선전하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북한 청년들의 출산 기피 분위기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 16일과 21일 ‘자식 많은 가정에 복이 넘친다’(8면), ‘어머니당의 육아 정책에 대한 고마움의 목소리’(2면)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통해 국가의 육아 정책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최근 데일리NK가 인터뷰한 양강도, 함경북도 20~30대 청년들은 당국이 그 어떤 선전을 하며 출산을 장려해도 지금 처한 현실에서 자식을 양육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는 청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전한다.
다음은 양강도의 20대, 함경북도의 30대 여성 청년들과의 인터뷰 내용
-출산을 꺼리는 북한 청년들이 많다고 하던데, 본인은 어떤가?
양강도 20대 청년(이하 A): “출산이라는 글자를 떠올리면 겁부터 난다. 나는 외동으로 어릴 적에는 남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살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엄마의 벌이가 되지 않으면서 지금은 너무 힘들게 살고 있다. 나도 내 밥벌이를 하기 위해 농촌 장날을 맞춰 물건을 사다가 팔고를 반복한다. 사는 게 행복하지도 않고 가족이 모여도 웃음이 없다. 가끔은 왜 살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 시집가서 가정을 이룰 생각도 없고 아이를 낳을 생각은 더더욱 없다.”
함경북도 30대 청년(이하 B): “출산은 내가 하는 지금의 고생은 비기지 못할 정도의 큰 산이다. 아기를 낳는 것은 쉬워도 키우기는 정말 쉽지 않다. 낳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키울 순 있겠지만, 지금은 10대들도 한국 영화 봤다고 크게 처벌받고, 어린애들은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다. 거리는 화려해지고 있지만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공포정치는 더 강화되고 있다. 내 자식이 지금보다 더 무섭고 험악한 세상에서 살게 될까 무서워 출산도 꺼리게 된다.”
-국가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출산 결정에 이런 혜택들이 영향을 미칠까?
A: “선전에 불과할 뿐이다. ‘말이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는 속담이 딱 맞다. 젖제품? 집? 어처구니가 없다. 젖제품만 먹으면 아이들 자라는 문제가 해결되는가? 지금도 유치원에 보내려면 내 아이가 먹을 변도(도시락), 국값, 심지어 휴지까지 모두 부모들이 준비해야 한다. 또 아이가 많은 집일수록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힘들고,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고생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 집안의 부모들이나 자식들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자식 많이 낳아 모두가 고생이다’라면서 안쓰러워한다. 당의 육아 정책이 어떻소, 누구(김정은)의 사랑이요 하며 온갖 선전을 늘어놓아도 소용이 없다.”
B: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지금 20~30대는 우리 부모 세대와 다르게 발전된 사고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선전 선동도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혜택을 준다고 떠들어도 우리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체험해야 알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항상 감시 속에 살아야 하는 현실이 달라지기 전에는 그 어떤 혜택이 있어도 출산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출산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또 이와 관련해 국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선 가정을 먹여 살려야 하는 여성들의 부담부터 덜어주어야 한다. 돈 벌어야지, 인민반이나 여맹 노력 동원에 참가해야지, 자식, 남편들의 학교, 직장에서 제기되는 세외부담을 도맡아야지, 그 고생을 어디에 비기겠나. 지금 아버지들은 일전 한 푼 받지 못하고 365일 직장에 출근해 가정에 하나 도움을 주지 못해 가장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살아간다. 그런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자란 우리 또래 청년들이 자식을 낳고 싶겠는가?”
B: “외국 영상물을 봤다고 처벌하고 죽이는 행위를 그만했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숨을 파리목숨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이 세상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가 없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잘 살기를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 없다. 그러니 출산을 꺼리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만 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