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입은 북한 이재민들이 대피소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히 피해가 컸던 평안북도 국경 지역의 주민들은 지금도 학교나 강당 등 대피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신의주나 의주의 경우 대부분의 단층집이 물에 잠긴 상태여서 다른 지역에 비해 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 수가 훨씬 많은데, 씻을 수 있는 물이 부족해 이재민들이 하루에 한 번도 제대로 씻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피소에 대규모 인원이 모여있음에도 화장실이나 샤워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위생 불량으로 인한 수인성 전염병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수해로 집이 침수돼 현재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의주군 주민 A씨는 지난달 27일 밤 급히 대피에 나서면서 옷가지도 챙겨 나오지 못했다. 그는 “단벌옷으로 생활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며 “낮에는 복구 작업에 나가 일을 하고 있어 땀과 빗물에 젖은 그대로 계속 입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의주군 침수 피해 주민 A씨와의 인터뷰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는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 다 힘들다. 대피소 자체도 물이 들어왔다 나간 곳이라 계속 꿉꿉하고 습기가 차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여러 가지 냄새가 섞여 이 근처에만 와도 고약한 냄새가 난다. 당장은 있을 곳이 없어 아직도 대피소에 있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꽃제비 같은 모습이다. 씻지 못해서 머리에는 이가 드글(득실)거리고 마른 옷을 입지 못하고 젖었던 옷을 계속 입고 있다 보니 몸이 가렵고 괴롭다.”
–화장실이나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건가?
“원래 화장실도 없었다. 사람들이 대피소 근처에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니 너무 더러워서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땅을 파고 가림막을 설치해서 변소를 만들었다. 가림막도 제대로 있지 않아 앉으면 머리가 보일 정도로 한심하다. 게다가 마실 물도 없는데 씻을 수 있는 물이 있겠나. 대피소 사정이 너무 안좋다 보니 당 간부들이 침수가 덜 된 집들을 찾아다니면서 창고나 방 한 칸이라도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내줘서 한 집당 2~3세대를 맡으라고 얘기하는데 눈치 보면서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게 더 힘들다. 얹혀사는 게 편하겠나. 차라지 집단 꽃제비 숙소 같아도 며칠만 더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대피소에 있는 게 낫다. 침수 피해가 심하고 돈 없는 사람들이 대피소에 제일 오래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식사는 제때 잘 하고 있나?
“밥은 국가에서 주긴 하는데 강냉이(옥수수)밥하고 된장국, 염장무가 전부다. 밥 담을 그릇도 제대로 씻지 못해 어떤 그릇은 너무 더럽다. 식량이 없으니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지만 교화소보다 못한 것 같다.”
–사망자나 실종자 수색은 끝난 상황인가?
“실종자가 아직도 너무 많다. 신의주보다 의주가 사망한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행히 우리 가족들은 모두 무사하지만, 동네 사람 중에 이번 큰물(홍수)로 죽은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한 사람은 어차피 사망한 사람이니 더 이상 실종자 수색을 위해 인원을 동원하지 않는다. 지금은 빨리 침수된 집과 도로, 공장 등을 복구하는 게 중요하다.”
–복구 작업은 어느 정도로 진척됐나?
“도로나 다리 복구가 제대로 안 된 곳이 많다. 아직도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침수 지역이 있다. 그러니 아직도 복구해야 할 집이나 기업소가 가득하다. 군대나 평북도 다른 시, 군 사람들이 복구 노력 동원에 나오고 있는데 사람이 너무 부족하다. 자기 집 복구 작업은 스스로 하고 있는데 농장이나 기업소 침수 복구 작업에 동원돼서 일하다 보면 정작 내 집은 물을 걷어낼 시간이 없다. 노력(인력) 동원이 더 필요하다.”
–평안북도 이재민들을 위한 물자 지원 보도가 있었는데, 충분한가?
“의약품이나 담요 같은 게 제공됐는데 물량이 너무 적어서 받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무엇보다도 깨끗한 물, 마른 옷들이 많이 필요한데 이런 지원은 국가에서 해주지 못하고 있다. 큰물 사태를 키운 책임비서들을 떨궜는데 책임비서를 해임하든 말든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런 조치들은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복구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물자가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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