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폭우로 인해 농경지에 심각한 피해를 본 한 주민이 절망감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3일 회령시에서 50대의 한 여성 주민이 농약 2병을 마셔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열심히 농사지은 땅이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심각한 피해를 보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주민은 3년 전까지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돈벌이가 어려워지자 아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맨땅을 파서 밭을 일궈 농사를 지으며 겨우 생계를 유지해 오던 그는 올해 소출을 더 얻기 위해 고리대까지 써가며 밭을 확장하는 등 농사에 전력했다. 아무리 몸이 아파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농사일에 나설 정도로 노력과 정성을 쏟아 부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농사를 지으려면 종자와 농약 등 농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사야 해 돈이 없는 주민들은 고리대를 빌려야 할 때가 많다”면서 “이 주민도 농사 경험을 살려 올해 더 많은 농작물을 재배하겠다는 목표로 큰 결심을 하고 고리대를 빌려 밭을 확장했다”고 했다.
갚아야 할 빚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그는 농사가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 농사일에 매진했으나 지난달 말 내린 폭우로 열심히 일군 밭이 침수되면서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
하루아침에 농사가 망하게 돼 살길이 막막해진 이 주민은 절망 속에 며칠 밤을 꼬박 새웠고, 그러다 지난 3일 아들이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충동적으로 집에 있던 농약 2병을 마셔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농약 1병만 마셔도 즉사인데 2병이나 마셨으니 살아날 길이 있었겠느냐”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적인 비극을 넘어 농경지 피해를 본 주민들이 얼마나 절망하고 고통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현재 회령시 전체에 소문으로 다 퍼졌는데, 이를 두고 주민들은 “가뜩이나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을 더 깊은 구렁텅이에 빠뜨리면 어떻게 살라는 건지 하늘도 참 무정하다”, “나라도 그런 처지가 되면 살고 싶은 생각이 안 들 것”이라며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표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여기(북한)는 수해로 농사가 망해도 마땅한 지원이 없어 주민들 스스로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한다”며 “돈은 물론 먹을 것도 없는 빈곤 계층일수록 다시 일어서기가 정말 쉽지 않기에 이번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특히 많은 농경지가 피해를 보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흉년이 또 찾아왔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생활난에 주민들은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