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 압록강 인근 지역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지정하고 수해 복구 작업에 군인들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수해 현장에 파견된 군인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침수된 지역에 물이 빠지지 않아 복구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살림집이나 공공기관 등 단층 건물의 경우 전체 높이의 절반가량이 아직도 물에 잠긴 상태고, 저지대에 있는 집들은 아직도 지붕까지 물이 차올라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리 같은 구조물은 유수에 휩쓸려 가거나 붕괴됐고, 도로도 침수돼 도로가 있던 자리조차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전봇대가 쓰러진 곳이 많아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대부분 지역은 현재 전기와 수도 공급이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 24시간 전기가 공급되던 주요 군수공장들도 사상 최초로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지난달 말부터 침수 피해 지역에 투입돼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북한 군인을 통해 북한 매체에서도 전하지 않은 수해 현장의 상황을 들어봤다.
아래는 자강도 수해 지역 복구 작업에 투입된 북한 군인과의 인터뷰 전문
-현재 어느 지역에 투입된 상황인가?
“자강도 자성군과 만포시, 강계시 등을 오르내리면서 복구 작업에 나가고 있다.”
-그곳의 수해 상황은 어떤지?
“압록강을 끼고 있는 지역의 집들은 모두 침수됐다고 보면 된다. 이 지역 거주자들은 모두 대피한 상태다. 살림집은 물론 농가, 공장들도 다 물에 잠겼다. 도로와 강하천 제방, 다리도 대부분 무너졌다. 전기와 수도 공급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강도는 대형 군수공장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군수공장들은 24시간 전기를 대주고 야간에도 공장 가동이 계속되던 곳인데 이번 큰물(홍수) 피해로 군수공장들도 생산을 멈췄다.”
–자강도에는 장자강공작기계공장, 2.8기계종합공장, 강계트랙터공장,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등 공장들이 밀집돼 있는데 이런 공장들도 홍수로 다 멈춰 섰다는 얘긴가?
“그렇다. 만포시 군수공장의 경우 지하에 연결돼 있는 갱도까지 물에 잠긴 곳이 많다. 군수품 생산에 필요한 기계나 자재도 물에 젖었다. 이번에 정치국 회의에서 자강도당 책임비서가 해임된 것은 큰물 피해에 인민들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실제로는 군수공장까지 물에 잠긴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여기 군인들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군수공장 침수가 아주 심각한 상태다. 어떤 곳은 갱도에 사람이 못 들어갈 만큼 물이 찼다. 폭약 만드는 자재가 젖으면 말릴 수도 없는데 다 버려야 할 상황이다. 상부에서는 민가 물에 잠긴 것보다 군수공장 갱도까지 잠긴 것을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
–현장에서는 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처음에는 고립돼 있는 주민들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키는 구조 작업을 했다. 물이 너무 많이 차서 밧줄로 허리를 묶고 들어가는데 그 과정도 너무 위험하다. 구조하는 군인들도 휩쓸려 갈 뻔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했고 실제로 다른 부대에서는 침수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다가 죽은 군인들도 있다. 지금은 침수된 집이나 건물 안에서 물을 퍼내고 진흙과 잔해를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도로를 복구하기도 하고 이동이 원활하도록 임시 다리를 놓는 일도 하고 있다.”
–인명 피해 정도는 어떠한가? 수해 현장에서 사망자 시신을 수습한 사례도 있었는지?
“난생처음 시체를 봤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현장에 가면 매일 시체를 본다. 물에 불은 시체를 보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어떤 군인들은 시체를 치우면서 토하기도 했다. 구조 나온 군인들은 매일 시체를 수습하는 일을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죽었다. 실종이나 죽은 사람 통계 내는 일은 도·시·군 비상재해대응조가 조사해서 중앙으로 매일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해 현장에서 작업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가장 힘든 것은 장비와 인원 부족이다.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많은 군인이 수해 지역에 투입됐는데도 침수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사람이 너무 부족하다. 장비도 부족한데 밧줄 하나 의지해서 물에 들어가는 일이 많다. 물속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금방 빠지고 체력이 안 좋아서 쓰러지는 군인들이 많다. 그래도 식사는 잘 나오는 것 같다. 전시물자가 다 투하되고 있다. 그래서 식사는 평소보다 질이 괜찮다고 느낀다.”
–피해 복구가 완전히 끝나려면 앞으로 얼마나 걸릴까?
“현장에 와서 보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피해 복구에 최소 몇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두 달로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로와 살림집 복구, 전기와 수도 재공급, 도로와 다리 재건설 등 너무 많은 작업이 남아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