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는 주러 北 영사관 직원들 이삿짐에 뭐 실렸나 보니…

포장 작업에 동원된 북한 건설 노동자들, 최신 가전제품과 값비싼 악기 보고 눈 휘둥그레

2019년 12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러시아 주재 북한 영사관의 일부 직원들이 최근 북한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신 가전제품과 값비싼 악기를 개인 이삿짐에 가득 실어 귀국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일 데일리NK 러시아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건설 노동자 수명이 본국으로부터 귀국 지시를 받은 일부 북한 영사관 직원들의 개인 이삿짐 싸는 일에 동원됐다.

이번에 귀국 지시를 받은 북한 영사관 직원들은 외무성 소속 외교관들로, 러시아에 파견된 지 최소 4년이 넘은 이들로 전해졌다.

이들이 포장한 귀국 이삿짐에는 옷, 신발, 가방, 화장품, 이불 등 각종 소지품을 비롯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세탁기, 냉장고, 대형TV 등 가전제품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특히 가전의 경우에는 일반 북한 주민 가정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최신식 제품이 대부분이라 이삿짐 싸는 일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영사관 직원마다 이런 가전제품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피아노, 아코디언, 바이올린, 플루트 등 값비싼 악기도 없는 게 없어 노동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길이 12m, 폭 2.5m, 높이 3m가량의 컨테이너 하나에 영사관 직원 1명의 개인 짐이 실렸는데, 한 노동자는 이 컨테이너에 짐이 다 실리지 않을 만큼 가구와 전자제품 등 개인 살림이 많았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컨테이너에 실린 북한 영사관 직원들의 귀국 이삿짐은 배편을 통해 북한 원산항을 거쳐 평양으로 운송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영사관 직원들이 이렇게 최신의, 값비싼 물품을 소유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외화 수입이 짭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러 경제 협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데다 양국 간 다양한 교류도 이뤄지고 있어 러시아 주재 북한 영사관 직원들은 다른 나라에 파견된 외교관들보다 상대적으로 외화를 벌 기회가 더 많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북한 외무성 일꾼들도 러시아 파견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러시아 주재 북한 영사관 직원들이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현금과 편지를 고향의 가족들에게 전달해주고 그 대가로 25~30%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고향에 돈 보내는 러시아 파견 北 노동자들…수수료가 무려…)

이런 가운데 영사관 직원들의 개인 이삿짐 포장에 동원된 북한 노동자들은 종일 짐을 싸고 날랐음에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하루 내내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없는 꽁(공짜)노동”이라며 “노동자들은 고생만 하는 것을 잘 알기에 누구도 이런데 불려 가고 싶어 하지 않지만, 회사 간부들이 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