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가 북한 보험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보험확인서를 입수했다. 해당 문서에는 보증기간 안에 제품 결함이 발생했을 시 보험대리소에서 수리나 교체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사실상 유상 수리여서 보험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데일리NK가 입수한 ‘제품질보증보험확인서’는 북한의 대표적인 보험사인 조선민족보험총회사가 발급한 것으로, 북한에서는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 반드시 휴대전화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질보증보험확인서에 상단에는 보험 대상, 보증 기간 등을 표기하도록 돼 있는데, 보험 대상에는 휴대전화 제품명, 계열번호에는 기계 고유 번호가 적혀있다. 또 제품을 구매한 날짜와 품질보증 기간이 1년이라는 표기도 있었다.
보험확인서에는 ‘본 제품은 조선민족보험총회사의 제품질보증보험담보를 받으며 제품이 판매돼 질보증기간 안에 품질상 결함으로 고장난 경우 각 도 보험국 보험대리소에서 수리 및 교체하여 줍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1년 안에 품질상 결함으로 휴대전화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험사를 통한 수리나 교체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확인서에는 ‘제품 구입자는 본 제품이 품질상 결함으로 고장난 경우 질보증기간 안에 해당 지역의 보험대리소에 손해 통지를 하여야 하며 공(시)민증과 보험확인서를 제출하여야 합니다’라는 안내도 담겼다.
문서 하단에는 조선민족보험총회사의 ‘평양시 중구역 해방산동’이라는 기관 주소와 평양 지역번호 0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도 적혀있다.
다만 조선민족보험총회사는 보험 예외 조항을 규정해 놓고 있어, 대부분의 경우 이 예외 조항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①질보증조건과 사용설명서에 지적된 표준사용법과 기술규정의 요구대로 제품을 정확히 관리하고 이용하지 않아 생긴 고장인 경우, ②보험자와 합의 없이 자체로 정비수리했거나 부분품을 교체한 경우, ③제품의 판매 전에 나타난 고장인 경우, ④제품의 고장이 아닌 외관상 결함인 경우, ⑤보험확인서에 보험 대상과 게열번호, 판매단위명, 판매날자(날짜), 판매원 수표(서명), 질보증기간을 밝히지 않은 경우, ⑥제품구입자가 제출한 문건이 사실과 맞지 않거나 위조되었을 경우 등을 ‘책임지지 않는 손해’라고 밝히고 있다.
실례로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구역에 거주하는 남성 A 씨는 올 하반기 최신 휴대전화를 구매한 뒤 갑자기 액정 깨짐 현상이 나타나 보험대리소에 전화를 걸어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보험대리소에서는 휴대전화 구입 시기와 파손 상태 등 기본 사항을 묻지도 않고 “기술교류소로 가서 수리를 받으라”고 답했다.
기술교류소에 휴대전화 수리를 맡기면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A 씨는 “보험대리소에서 무상 수리를 해줄 수 있는데 왜 돈을 내고 수리를 받아야 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손전화(휴대전화)를 구입할 때는 1년 안에 품질상 결함이 생기면 무상 수리나 교체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왜 보험확인서와 다른 대응을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보험대리소는 보험확인서에 명시돼 있는 ‘책임지지 않는 손해’ 제4항을 언급하면서 ‘화면 손상은 제품의 고장이 아닌 외관상의 결함’이기 때문에 수리를 해줄 수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에 A 씨는 “화면이 나가서 손전화를 쓸 수가 없는데 이게 어떻게 외관상의 결함이냐”며 계속해서 항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보험대리소는 급기야 A 씨를 행정 방해로 안전부에 신고했다. 조사를 받게 된 A 씨는 “보험증서 효력 기간 안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수리를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항변했지만, 결국 비판서를 쓰고 훈시를 받은 후에야 풀려났고 이후에도 무상 수리는 받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 사건을 아는 주민들은 “보험사에서 수리나 교체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보험확인서를 믿고 보상을 요구한 게 문제다”, “어차피 안될 일을 안전부에까지 가서 생떼 부린 게 잘못”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보험 제도는 있지만 주민 대부분은 이를 무용지물이라 여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 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행정 절차상 모든 휴대전화 가입자가 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소식통은 “실질적으로 보상은 안 해주면서 허울 좋게 보험 제도라는 것만 만들어 놨다”며 “보험이라는 게 사실은 주민들 주머니를 털기 위한 수법 아니겠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