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그 후①] 자강도 공장 4개월째 복구 중…정상화는 언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월 11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마련한 지원물자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들이 자강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7월 말 발생한 수해로 자강도 일대 군수단지가 침수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지금도 자강도 성간군에 위치한 제11호 군수공장(이하 성간 11호 공장)은 온전히 복구되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간 11호 공장은 미사일, 전투기, 군함 등에 필요한 정밀 유도 장치, 통신기, 감시장비, 장애송신기, 전파탐지기, GPS 수신기 등 신경계통 분야 장비 생산을 담당하는 핵심 군수 거점이다.

기반 시설 손상 심각하고 자재 수급도 어려워생산 중단

25일 데일리NK 자강도 소식통은 “지난 7월 말부터 현재까지 4개월간 주야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임에도 여전히 성간 11호 공장의 기반 시설과 주요 생산 시설의 정상 가동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성간 11호 공장은 지난 수해 때 내부와 갱도 일부에 물이 차 고정밀 통신 장치와 유도 장비용 생산 공정과 설비뿐만 아니라 생산 중인 전자 부품에도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는 피해를 봤다.

당장 복구가 시급했으나 초반에는 전기가 중단되고 철도, 도로가 끊겨 물을 빼내고 기본 시설을 다시 갖추는 데만 수주를 할애했다고 한다. 이후 지난 8월과 9월 초에는 추가 설비 및 자재 확보에 주력했지만, 자재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소식통은 “8월 초부터 성간 11호 공장의 지하 갱도 내부 생산 시설 복구 작업이 진행됐으나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 설비를 제대로 가동하기가 어렵고, 또 큰물(홍수) 피해 때 임시 복구한 철로, 다리, 도로를 다시 정비하는 데 별도 인력을 투입하면서 생산이 몇 주간 중단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선행 공정에서 필요한 전자 부품을 새로 조달하고 일부는 자체 제작하기도 했으나 품질 저하로 다음 공정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도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산업 큰 차질 우려되자 국무위원회 비상 공급망가동

이에 내부에서는 공장이 이렇게 지속 정상 가동되지 못할 경우 올해 군수산업 전반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자강도 당위원회와 11호 공장 기술부는 지난 4개월간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통신 및 유도 장치 부품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연관 국방공업 기업소 올해 전투기술장비 생산 계획 미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국무위원회는 올해 연말까지 복구 완료를 목표로 지난 17일 긴급 지시문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당 군수공업부가 추가 자재와 인력을 투입해 단기간 내 복구와 생산 정상화를 이뤄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수공업부와 자강도는 18일부터 ‘국무위원회 비상 공급망’이라는 긴급 채널을 가동해 성간 11호 공장에 자재, 설비, 전력, 인력, 자재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며 복구와 생산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자강도는 국무위원회 비상 공급망을 통해 성간 11호 공장이 자재와 전력을 우선 공급받고 있는 만큼 내달 중순까지 부분적 복구와 가동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22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21일 자강도 피해복구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셨다”면서 “11월 초까지 끝내게 되어있던 재해 지역 살림집 공사를 12월 초까지 연장하여 완결할 것을 결정하시었다”라고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한계에 도달한 군수공장 노동자들, 지쳐 쓰러지기도

한편 성간 11호 공장 노동자들은 과중한 복구 작업과 열악한 생활 환경 속에서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특히 이들은 당장 다가온 겨울에 대비한 월동 준비를 하지 못해 심각한 생계 위협에 놓여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공장 노동자들이) 뼈다귀 집(외부 골조 공사만 된 집)은 받았지만, 맨 세멘트(시멘트) 바닥에 대충 초지만 깔고 겨울을 보내야 할 판”이라며 “아직도 남의 집 창고에 얹혀살고 있는 성간 11호 공장 종업원들이 많고, 이들은 겨울 김치를 어떻게 담글지, 땔나무와 구멍탄(연탄)은 어떻게 구할지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간 11호 공장 종업원 중 80% 이상이 월동 준비를 못 한 상태라 겨울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7월 말부터 넉 달 동안 주야간으로 큰물 피해 복구 작업으로 지쳐 쓰러진 사람들도 있는데 공장에서는 만가동만 요구할 뿐 종업원들의 겨울나이(겨울나기) 대책은커녕 고충을 모르는 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성간 11호 공장 복구 작업과 그로 인한 종업원들의 생활상 어려움은 북한의 재해 대응 취약성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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