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이 연령별 월드컵에서 연달아 우승해 화제가 된 가운데, 그 열기를 반영하듯 북한 내 소학교(초등학교)들에서 방과 후 축구 소조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은 소조 가입을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25일 “현재 함흥시 소학교들에서는 축구 소조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며 “축구 소조는 소학교 3학년부터 가입할 수 있으며 보통 각 학급에서 2~4명이 가입하는데, 대부분은 경제력이 있는 가정의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축구 소조에 들어가려면 축구공도 자체 부담해야 하고 소조를 담당하는 교사에게도 금전적으로 보탬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은 소조에 들어가고 싶어도 여건이 안 돼 포기하는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무상교육 제도를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때마다 학교에서 내리는 사회적 과제 등 여러 가지 경제적 부담에 시달린다.
더욱이 제대로 된 배급이나 월급을 받지 못하고 학교에 출근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학부모들이 경제적으로 일정 부분 도움을 주는 것도 북한에서는 당연시되고 있다.
소식통은 “생활난을 겪는 가정들은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기도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 축구 소조에 들어가는 것을 꿈조차 꿀 수 있겠느냐”며 “살림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은 축구 소조에 가입하고 싶어도 자연히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소조에 가입한 학생들은 오전에 수업을 마치면 방과 후에 각자 소조에서 활동을 즐기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풀 뽑기, 변소 청소, 주변 정리 등 각종 사회적 작업에 동원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소조 가입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 가정의 경제력이 드러나는 이 같은 상황은 어린 학생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빈부 격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시의 한 소학교 3학년 학급에는 25명의 학생 중 11명이 축구, 컴퓨터 등의 방과 후 소조에 참여하고 있고, 나머지 14명은 학교에서 제기한 사회적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이 중 한 학생이 “나도 소조에 가서 공 차고 싶지, 일하고 싶지 않다.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소조에 넣어 달라”며 부모에게 울며 하소연했고, 이에 해당 학생의 부모는 미안함과 안쓰러움, 답답함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예전 같으면 학부모들이 담임 교원을 찾아가 ‘왜 우리집 아이들만 일을 시키냐’며 항의하는 일이 열두 번도 더 났겠지만, 지금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것을 자기 잘못으로 여겨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들이 노력하면 어떻게든 자식들을 남 못지않게 내세울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장마당에서의 벌이로는 밥술 뜨기도 힘든 상황이라 자식들을 뒷바라지해 주기도 버거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