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강도 수해 지역에 공급할 복구 물자를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대북제재품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지난 18일 수해 복구 물자가 신의주 세관을 통해 대거 들어왔다”며 “6시간 동안 물자 반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물자 반입 작업이 계속될 만큼 많은 양의 물품이 중국으로부터 반입됐다는 얘기다.
신의주 세관으로 반입된 물자에는 살림집, 도로, 공장 건설에 필요한 건설 자재와 건설 장비에 사용되는 부품 그리고 식료품 등이 포함돼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건축용 철근, 철강, 알루미늄, 방수 자재, 도로 포장 기계, 굴착기 및 크레인 부품, 트럭 타이어, 고압 펌프 등이 이번 국가 밀수를 통해 반입된 것으로 확인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9호는 모든 산업 기계와 운송 수단, 철강 및 기타 금속에 대한 북한의 수입과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대북제재 품목이 상당량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이를 국가 밀수로 반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반입된 물품의 물량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10톤 트럭 14대가 동원돼 물품을 실어 날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날 물자 반입은 자강도 무역관리국이 주도한 국가 밀수였으며 평안북도의 협력으로 신의주 세관을 통한 반입이 이뤄졌다.
이날 물자 반입은 사전에 예고가 돼 있던 것이 아니라 국가 밀수 시행 7시간 전에 신의주 세관에 급작스럽게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기관 밀수가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시행 당일 관련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강도 무역관리국은 도내에서 필요한 수해 복구 물자를 수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강도 만포시에 위치한 만포 세관을 통해 물자를 수입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중국 대방(무역업자)이 만포시의 맞은 편 지역인 중국 지린(吉林)성 퉁화(通化)시도 지난 수해에 피해를 입어 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단둥(丹東)-신의주 경로로 물품 운송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평안북도에 협조를 요청해 신의주 세관으로의 물자 반입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반입된 물품은 즉시 자강도 강계로 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당국은 자강도 지역의 수해 피해 정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지만 수해 피해 후 두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복구 작업이 한창일 만큼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특히 군수공장에 대한 수해 피해가 커 이를 재건하는데 필요한 건설 자재들이 이번 국가 밀수를 통해 대거 수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 무역관리국이 반입한 식료품들도 군수공장 종사자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소식통은 “자강도 수해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수해 피해 복구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려면 이런 물자 반입이 몇 차례 더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