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수해가 발생한 자강도 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지 민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5일 복수의 데일리NK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자강도 성간군과 전천군, 장강군 등의 수재민들은 지난 7월 말 수해를 입은 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성간군과 전천군, 장강군은 산세가 깊고 험준할 뿐만 아니라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합쳐지는 지형이 많아 지난 여름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난 곳이 많았다. 이에 군수공장은 물론 다수의 살림집이 매몰되거나 침수되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이 한지에 나앉게 되자 당시 지역 인민위원회가 나서서 집을 잃은 수재민들에게 방이나 창고 등을 내줄 수 있는 주민들을 조사하고 직접 수재민들과 연결해 주기도 했는데, 이렇게 수재민들이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하는 생활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현재 수해 발생 지역에서는 살림집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자강도 수해 복구 현장을 처음으로 방문해 “11월 초까지 끝내게 돼 있던 재해 지역 살림집 공사를 12월 초까지 연장해 완결할 데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지시대로라면 12월 초에는 수재민들이 새로운 살림집에 입주할 것으로 보이나 수재민들은 “골조만 있는 새집에 들어간다고 사는 형편이 나아지겠느냐”며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수해로 세간 살림을 모두 잃게 된 주민들은 여전히 좌절감과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자강도 소식통은 “수해로 5장 6기(옷장, 이불장, 찬장, TV수상기, 냉동기 등의 가전가구)가 다 쓸려간 집이 수두룩하다”며 “아직도 ‘5장 6기 마련하는 데 20년이 걸렸는데 20년 인생이 사라지게 됐다’며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장철이 시작됐음에도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 중이라 김장할 여건이 되지 않는 수재민들의 한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은 북한에서 김장 김치는 ‘반년 식량’이라고 불릴 만큼 주민 식생활에서 의미하는 바가 큰데, 더부살이하는 집의 김장을 도우면서도 정작 자기 집 김장은 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자강도 당위원회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 연속으로 수해 복구 비용 모금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에도 인민반을 통해 한 세대당 북한 돈 1만원씩 수해 복구 비용을 납부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 소식통은 “1만원이면 당장 쌀을 1.5kg은 살 수 있다”며 “쌀 한 톨도 돈이 없어 아껴 먹는데 돈을 1만원이나 내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수재민들에게까지 복구 비용을 부담시키지는 않고 있지만 수재민에게 집을 내준 주민들도 예외 없이 복구 비용을 내고 있다 보니 수재민들이 집주인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껄끄러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다가 현지 주민들은 평안북도에 비해 국가의 지원이 부족한 것에 대한 비난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와 비교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자강도는 큰물(홍수)이 발생했을 때 구조 직승기(헬리콥터)도 뜨지 못했다”며 “군수공장이 밀집해 고압선이 많은 지역 특성상 직승기를 띄우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수해 이후 복구 노력이나 물자 지원도 적어 모든 걸 주민들이 자력갱생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에 불만이 많이 쌓여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