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자결제 앱, 실시간 환율 정보 제공…환전도 손쉽게

내화원, 외화원 사고팔 때 시세 보여줘…환전 가능한 화폐 종류도 앱마다 제각각

왼쪽부터 북한 전자결제 앱 ‘삼흥전자지갑’ 내 화폐 교환방법 안내, ‘삼흥전자지갑’ 메뉴, ‘전성’ 앱 내 오늘의 화폐시세 화면.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전자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 환율 정보를 제공하며 외화 거래를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화 거래에 대한 편의성을 높여 주민들의 사용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본보는 현재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전자결제 앱 ‘전성’, ‘나래’를 비롯해 ‘앞날’, ‘새별’, ‘강성’, ‘만물상’ 등을 입수했다.

이 앱들은 공통적으로 북한 원화와 외화 결제를 지원하며, 앱 내에서 원화와 외화 간 실시간 환전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삼흥전자지갑 앱 내 공지사항에는 “화폐별 잔고에 충진(충전)된 외화를 국가 환율에 따라 외화원이나 내화원으로 즉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다”며 “잔고에 충진된 외화는 반드시 외화원이나 내화원으로 교환해 사용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외화와 내화는 기술교류소 등 지정된 충전지점들에서 앱에 충전할 수 있다. 이곳에서 충전한 돈을 앱 내에서 외화원이나 내화원으로 즉시 환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2023년 3월부터는 나래카드 전자결제 앱에 충전된 돈을 삼흥전자지갑으로 전송해 외화를 충전할 수도 있게 됐다. 다른 은행이나 카드 외화를 충전할 수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국법제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의 무역관련제도에 관한 연구(2000)’에 따르면 북한은 화폐를 북한원(내화원), 외화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외화원은 전환가능한 화폐로, 다시 외화로 교환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일반적인 북한원과 구분된다. 내화원은 내화를 일정 환율에 따라 외화로 교환해 받을 수 있는 돈이지만, 실제 외화(달러, 유로 등)와는 구분되는 화폐로 보인다. 외화원은 내화(원)로 교환할 수 없다.

북한 외화관리법에 따르면 주민들은 외화 현금을 직접 사용할 수 없으며, 반드시 환전을 통해 사용해야 한다. 외화를 직접 유통하거나 거래에 사용할 수 없어 북한은 외화원과 내화원 같은 중간 화폐를 도입해 전자결제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과거 북한이 사용했던 ‘외화와 바꾼 돈표’와 비슷한 개념을 온라인상에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전방식은 외화 사용을 장려하면서도 직접 유통을 통제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에 부합한다. 앱에서 외화 결제를 유도해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외화를 효율적으로 수집·관리하는 셈이다.

왼쪽부터 북한 전자결재 앱 ‘나래’ 내 외화 시세 안내, ‘새별전자지갑’ 내 결제 가능한 요금 종류, ‘삼흥전자지갑’ 첫 화면. /사진=데일리NK

북한은 앱에서 내화원과 외화원에 각각 다른 환율을 적용하고 있다.

전성 앱에 있는 ‘오늘의 화폐시세’를 보면 2023년 5월 22일 달러 기준 내화원 사는 시세는 6900원, 파는 시세는 7200원이었고, 외화원의 경우 사는 시세는 110원, 파는 시세는 113.3원이었다.

1달러를 외화원으로 교환할 때는 110 외화원이 필요하며, 외화원을 다시 달러로 교환할 때는 113.3 외화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내화원도 비슷한 개념이 적용돼, 외화원이나 내화원에서 달러로 환전할 때 더 높은 가격이 요구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환율 조사에 따르면 2023년 5월 29일 기준 평양·신의주·혜산 시장의 원·달러 평균 환율은 8230원이었다. 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사용하는 비공식 환율과 전자결제 앱 내에 제시되는 환율에 상당한 괴리가 있는 모습이다.

북한이 앱을 통해 제공하는 환율 시세는 시기에 따라 조정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처럼 환율이 실시간으로 바뀌어 반영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앱을 통한 외화 거래는 2차원부호(QR코드)를 인식하고 화폐 형태를 외화원으로 설정한 뒤 지불 금액을 입력하면 된다. 지불 또는 송금 금액을 입력하고 화폐형태(달러, 유로, 위안)를 선택하면 앱에 안내된 환율로 환산된 외화원 가격이 나타난다.

달러를 외화원으로 살 때 시세가 110원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 앱에서 화폐 형태를 외화원으로 설정하고 숫자 1을 누른 다음 입력창에 ‘US$’를 선택하면 숫자 1이 110외화원으로 표시된다. 이후 확인 단추를 누르면 110외화원으로 교환된다.

그런가 하면 앱마다 환전가능한 외화 화폐 종류는 각기 달랐다. 삼흥전자지갑 앱에서 환전가능한 외화는 달러·유로·위안화였고 새별 앱은 달러·유로·위안화에 더해 엔화도 가능했다.

특히 새별 앱을 통해서는 수도사용료, 교통벌금, 주차요금, 건물사용료 등 다양한 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나래 앱은 달러·엔·파운드·루블·스위스 프랑·캐나다 달러 등 11종의 외화 환전이 가능했는데, 해당 앱 제조사가 조선무역은행이라 그 영향으로 다른 앱에 비해 더 다양한 종류의 외화 환전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