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mp’s back!’.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실시된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하여 백악관으로 화려하게 롤백(rollback)한다. 그의 성향과 행적, 대선 캠페인 과정 등을 볼 때, 대내외 정책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NO 바이든》이 될 것이 확실하다.
김정은은 이 소식을 접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푸틴과 금지된 로맨스에 빠져 있지만, 못다 핀 트럼프와의 브로맨스(bromance: brother+romance)가 머리맡을 맴돌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축전(러브레터)을 보낼까? 일단 보낼 확률이 크다.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트럼프는 답을 할까? 당연히 할 것이다. 자신이 먼저 차버렸지만, 이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늘 얘기하고 다녔으니까. 그럼 조만간 만날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둘 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어 뜸을 좀 들일 것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김정은과 만난 경험, 선거 과정에서의 《김정은 Yes, 바이든 No》 발언을 근거로 하여 협상 기조로의 대북정책 전환을 예측한다. 당연히 모든 가능성은 열어 두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만 필자는 미국이 처한 내외환경으로 볼 때 대북정책은 빠르고 급격한 변화보다는 원론적인 탐색전이 먼저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3차례 정상회담, 27통의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사이이다. 서로를 알 만큼 안다. 그래서 문제다. ‘브로맨스 시즌2’는 첫 만남 때보다 쉽지 않은 법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닌 이상이몽(異床異夢)이 두 사람의 솔직한 마음이 아닐까?
트럼프는 지난 2018년의 트럼프가 아니고, 주(主) 관심사도 북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미국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경제살리기, 중동 및 러-우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문제이다. 트럼프가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노벨평화상도 북핵보다 중동,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로 받는 게 더 쉬울 것이다. 대선 공약에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연유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북한 비핵화 목표는 계속 견지해 나가는 가운데,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물밑으로 ‘비핵화+군축회담’ 성격의 《복합형 대북협상 전술》로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어내는 묘수(妙手)를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대미정책
북한이 처한 환경도 대화와는 거리가 있다. ▲미국 대선 전에 우라늄농축기지를 공개하고, 화성-19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당분간 푸틴과의 로맨스을 기반으로 한 ‘적대적 2개국가론’ 완전 정착화, 러-우 전쟁 파병 성공, 전략무기 고도화에 매달릴 것이다.
혹시나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고 싶더라도 바이든 잔여 임기와 트럼프 새진용이 짜여지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기싸움과 물밑대화로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미-북 관계의 가장 큰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북핵이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로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할 수 있다. 핵보유국 법제화, 김정은의 핵능력 제고 지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중·러의 방파제 역할, 러-우 전쟁 파병, 화성-19형 대륙간탄도미사일(‘최종 완결판’ 주장) 시험발사 등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실어준다.
따라서,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와 유리한 협상고지 점령 기싸움 → 여건 충족 시 ‘적대적 2개국가론’(Korea passing/통미봉남)에 기반을 둔 군축회담 → 미국 대통령 평양 방문, 북한 핵보유 인정 → 수교 등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및 유엔사·주한미군 철수 등을 지속 요구할 것이다.
보다 단기적으로 보면 ▲2025년 상반기까지는 탐색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하반기에 ‘Again 미북정상회담’ 등 새로운 정책 전환을 모색할 개연성이 있다. 이때쯤 되면 미국 신행정부 진용도 어느 정도 짜이고 당 창건 80주년(10.10), 경제-국방발전 5개년계획 완료, 9차 당대회(2026.1) 준비 등의 큰 모멘텀도 있기 때문이다. ▲그사이 일본을 대체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신임 이시바 총리도 전임 아베·기시다처럼 김정은과 대화를 원하고 있고, 일본은 한미일 3각연대 중 가장 약한 고리이며, 300억불에 달하는 배상금도 눈에 아른거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미국과 북한의 정책 전환 모색은 최소한 러-우 전쟁 휴전이 임박해 질 시점 이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맺음말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북한은 ‘적대적 2개국가론’에 기초해 우리를 철저히 무시(‘Korea passing/通美封南’)하면서 미국과 팽팽한 기싸움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미국도 당분간 경제 등 당면한 국내외 현안 이슈 해결에 치중하며 북한에 원론적인 주장과 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긴 호흡을 가지고 튼튼한 안보태세 구축과 전방위 실리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 재협상과 같은 한-미 간 예상 갈등 요인들은 대한민국의 커진 국격과 높아진 국격, 그리고 양국 간 현재 및 미래 협력 필요성 등을 고려해 볼 때, 그다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기회의 창(窓)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가 ‘거래의 달인’인 점을 역이용하여 한-미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은 단계(예: 대한민국의 조건부 자체 핵보유 허용)로 진입시키는 문제도 치밀하게 검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T/F 조직 및 현안 리스트업(list-up)이 우선이다. 특사 파견, 공공외교 등을 통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전술의 위험성을 주지(‘모든 접촉 시 사전사후 한-미 간 소통’)시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편 미국과의 협력 강화와는 별도로 ▲북한 당국에 8·15통일독트린에서 제의한 ‘남북대화협의체’ 호응을 계속 촉구하면서 ▲필요시에는 ‘정상회담’ 제안도 옵션의 하나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고위급회담 무용론이 많기는 하지만 북한의 오물풍선 테러, 러-우 전쟁 파병 등과 같은 위기 국면하에서 실무를 넘어 통치권 차원에서 한반도 정세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북, 대미, 대국민 메시지 송출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격언도 있지 않는가?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