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민들과 함께 할 것” 일반 주민 대상 강연회 진행

북한군 러시아 파병 직전 강연회 통해 러시아 지원 의지 표명…러시아에 대한 긍정 여론 확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29일 최선희 외무상 일행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기 위해 전날(28일) 평양을 출발했다면서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한러시아 특명전권대사가 배웅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러시아와의 친선을 강조하는 사상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들을 러시아에 파병하기 직전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 신의주시에서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적대 행위로 인해 조선반도(한반도)를 둘러싼 지역 정세가 격화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전쟁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등 대미, 대남 적개심을 유발하는 내용의 강연회가 진행됐다.

최근 한반도 정세 불안정에 대한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돌리면서 외부 갈등 상황을 내부 단결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강연회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해당 강연회의 강연자는 먼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해 가자지대의 일반 주민과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스라엘이 이렇게 포악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은 그 뒤에 미국의 조종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전쟁이 3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면서 전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며 역시 초점을 대미 비난에 맞췄다.

그러면서 강연자는 “우리는 로씨야(러시아)가 승리할 때까지 로씨야 인민들과 함께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미국의 책동에 있기 때문에 북한은 러시아의 전쟁 승리를 지지하고 이를 위해 러시아인들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강연자는 이 강연회에서 러시아인들을 위해 북한이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도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후에 내부 주민들에게 알려졌을 때를 대비해 부정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해당 강연회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확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의도한 대로 분위기가 흘러갔다는 것이다.

실제 주민들 속에서 “이제는 중국보다는 로씨야와 함께 하는 것이 먹을 알(이득)이 더 많은 것 같다”, “지금 기름(유류)이나 밀가루 같은 것도 다 로씨야에서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등 친러시아적 발언이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더욱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부터 6일까지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예고에 없던 깜짝 만남을 가져 밀착을 과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1면에 최선희와 푸틴 대통령의 회동 소식을 전하면서 “상봉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부단히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많은 사업들과 관련해 훌륭한 담화가 진행됐다”며 “새로운 전면적 발전 궤도 우(위)에 올라선 조·로(북·러) 친선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려는 의지가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최선희는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는데, AFP와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현명한 영도 아래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승리의 그날까지 언제나 러시아 동지들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