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국가법’ : 국가(國歌) X, 국가(國家) O 가능성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2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3차 전원회의가 2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국가법 심의·채택과 중앙재판소 판사 선거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지난 10월 2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3차 전원회의가 24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으며, 상임위원회는 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법을 채택함에 대하여’를 안건에 올리고 전원 찬성으로 채택하였다”고 보도하였다.

그렇지만 북한은 구체적인 조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을 비롯한 국내외 언론매체들은 전문가 평가를 인용하여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바탕으로 애국가에서 한반도를 뜻하는 ‘삼천리’를 삭제하고, ‘애국가’의 명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변경한 바 있어 국가(國歌)의 형식과 가사 등을 수정하였을 것이다”(10.25자 동아일보 등)라는 추정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문제 제기

그런데 10월 29일 북한전문언론매체 데일리NK가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하여 주목할 만한 기사를 게재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법을 새로 제정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를 둘러싼 의도와 배경 등을 주로 다룬 강연자료가 간부학습반용으로 배포됐고, 이를 바탕으로 26일에 강연회를 할 데 대한 조직사업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세부 내용은 정서영 기자의 ‘국가법 제정 후 곧바로 간부 대상 강연회…민족 X, 국가 O’ 기사 참조)

필자는 이 뉴스를 접하며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들었다. 혹시라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채택한 국가법이 ▲애국가 가사를 일부 수정한 국가법(國歌法: National anthem law)이 아니라 ▲지난 10월 최고인민회의(10.7~8)에서 헌법에 영토조항을 포괄적으로 규정해 놓은 데 따른(현재까지 미공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적대적 2개국가론’의 기조, 영토 조항(잠정적 국경선 포함), 국가상징 등을 종합적으로 규정한 국가법(國家法: National Law)을 채택했을 가능성은 없을까하는 것이다.

국가법(國家法)일 가능성

대한민국이 북한을 국가로 불()인정하는 현실을 정면돌파할 필요성

대한민국은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하였지만, 헌법상으로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제3조)는 조항을 두고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나 2005년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서도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올해 초부터 ‘적대적 2개국가론’을 선포한 입장에서는 법률적으로 독립국가임을 보다 명백히 규정해 놓는 게 내부 사상교육과 2개국가 정착화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향후 ‘영토분쟁’ 발생 시에 국제법적으로 유용한 일이다.

헌법하위법의 이중체계로 정당성과 효율성 제고

즉 국제법적으로 국가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국민, 영토, 정부(외교권)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것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헌법’ 수정과 세부조항을 명기한 ‘국가법’(國家法)을 채택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북한은 김정은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지시한 영토조항 헌법 수정·삽입 문제를 지난 10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논의한 것으로 보이나, 현재까지 선대(先代) 김일성-김정일 노선의 전면 부정에 따른 대주민충격 최소화 등을 고려하여 미공개하고 있다.

그 대신, 10월 17일 조선중앙통신이 군사분계선 북측지역 남북 연결도로 폭파(10.15) 사실을 이틀이나 경과한 후 보도하면서 ‘대한민국을 철저히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에 따른 합법적 조치’라고 강변하는 방법을 통해 헌법 수정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따라서, 북한은 ▲헌법으로는 남북관계와 영토문제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하위법으로 세부사항을 명기하는 이분법 전략하에 ▲대외 공개도 환경 조성(build-up) 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을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애국가 개정 사실 전파는 간부강습회 개최 사유로는 다소 부적절

북한의 애국가는 이미 지난 1월부터 가사를 ‘삼천리’→‘이강산’, 명칭도 ‘애국가’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바꾸어 불러왔기 때문에 굳이 간부강습회까지 개최할 필요가 없다. 10월 29일자 데일리NK 보도 기사를 보아도 강습회 내용이 ‘국가’(國歌)가 아닌 민족과 통일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적대적 2개국가론’ 전반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애국가는 헌법· 국가상징법 등에 이미 포함되어 있음

현행 북한 <헌법>(전문, 7장, 172조)에는 제7장에 ‘국장, 국기, 국가, 수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북한은 <국장법>, <국기법> 및 국가, 국화, 국견, 국수, 국주 등을 규정한 <국가상징법>을 제정한 바 있다.

즉 북한은 <헌법> 171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애국가》이다”, <국가상징법> 7조에 “우리나라 국가는 《애국가》이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관련 하위법(정령)이 존재했을 것이고, 지난 회의에서 애국가 수정 부분을 반영했다면 의제는 ‘국가법(國歌法)을 채택함에 대하여’가 아니라 ‘국가법을 수정·보충할데 대하여’가 되는 게 정상이다.

맺음말

북한이 채택한 <국가법>은 원문이 아직 입수되지 않은 가운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애국가를 수정한 것으로 보고 있고, 국가(國歌)를 세부적으로 규정한 하위법도 그간 확인되지 않아 ‘국가법’(國歌法)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렇지만 혹여나 김정은의 ‘적대적 2개국가론’의 기조하에 국가(國歌)를 포함하여 독립 국가(國家)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종합한 법령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병행 추적해 나가야 할 듯하다.

필자는 문제 제기 차원에서 아주 기초적인 화두(話頭)를 던졌다. 국정원·통일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의 법령 원문 조속 입수·분석, 그리고 사계 전문가들의 세계 각국의 <국가법> 제정 사례 등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기대해 본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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