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법 제정 후 곧바로 간부 대상 강연회…민족 X, 국가 O

"우리국가제일주의 일념으로 일심단결…우리나라와 한국은 확실하게 서로 다른 국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3차 전원회의가 2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국가법 심의·채택과 중앙재판소 판사 선거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국가(國歌)법을 새로 제정한 데 이어 곧바로 간부 대상 강연회를 조직·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법을 새로 제정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를 둘러싼 의도와 배경 등을 주로 다룬 강연자료가 간부학습반용으로 배포됐고, 이를 바탕으로 26일에 강연회를 할 데 대한 조직사업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평안남도 안주시 당위원회는 실제 지난 26일 오전 간부학습반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강연회 강연자는 국가법 제정 의미에 관해 “국가의 영상(이미지)을 새롭게 정의하고 국가의 개념과 주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가 하면 ‘통일’과 ‘민족’이라는 상징적 요소를 국가 법령에서 배제한 배경 설명과 함께 “북남(남북)관계를 두 개의 상이한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되기를 원한다”며 앞으로 ‘북남’이라는 말을 다시는 쓰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강연자는 “이번에 법령으로 국가를 재정립한 것은 우리국가제일주의 일념으로 일심단결하여 김정은 동지의 두리(주위)에 한마음 한뜻으로 더 굳게 뭉쳐 나가기 위한 데 그 의의가 있다”며 “우리민족제일주의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로 전환한 시대가 이미 멀리 왔으며 민족보다는 국가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대 안 될 것이 뻔한 통일보다는 독립적인 생존을 더 중시하면서 적들에 대한 계급적 각오를 흐리지 말고 우리의 후대들에게 북과 남이 아닌 영원한 우리 국가를 물려줘야 한다”, “우리나라와 한국은 확실하게 서로 다른 국가이며, 북과 남의 통일이 아닌 당과 수령과의 통일단결을 이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밖에 강연자는 “모든 주민들이 북과 남이 한민족이라는 인식을 지우고 오로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을 지지하고 살아가도록, 한국이라는 괴상한 나라를 적대국가로 인식하도록 주민 사상교양 사업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앞서 2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전날(24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3차 전원회의에서 ‘국가법’이 채택됐다고 전한 바 있다.

해당 보도에서 북한은 국가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발맞춰 통일이나 민족 개념을 완전히 지운 국가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미 국가에서 한반도를 뜻하는 ‘삼천리’라는 단어를 지운 상태다. 이에 따라 기존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이라는 국가 가사는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바꿔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