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거짓 분배 독촉하는 노동당의 속심은 어디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황해북도 은파군 강안농장과 금천군 월암농장에서 결산 분배를 진행하였다”며 “애국의 열정과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알곡 생산의 발전을 이룩하였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노동당과 농업 당국이 전력을 다해 농장의 결산 분배를 서두르라고 독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이 전한 데 의하면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내각 농업위원회가 이달 말 올해 농사를 빨리 결속해 11월 중순까지 결산 분배 행사를 무조건 진행하라는 협박에 가까운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어이가 없고 상식도 부족한 행위를 많이 하지만 농업 부문의 결산 분배 시기를 강제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행위이다. 필자가 한국에 입국하기 전 수십 년간 평안남도에서 농업경영위원회 공무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아도 지난 시기 북한 농업 부문에서 결산 분배는 빨라야 12월 초 늦으면 이듬해 초에 진행됐다.

결산 분배는 노동일을 기준으로 식량과 현금을 나누어 가지는 제도로, 1년간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일이다. 농장의 소득에서 원가와 공동 운영자금을 빼고 분배 몫을 확정한 후 이를 개별 농장원의 노동일에 따라 분배하는 형태이다. 일정한 면적의 토지와 노동력, 농기계, 역축 및 기타 생산수단을 고정하고 작업반 또는 분조별로 정보당 수확량 및 노동일을 부여한 후 연말 결산 시 계획의 수행 정도에 따라 농장원들의 노동을 재평가하여 이를 토대로 분배하는 것이다.

농장마다 실정이 다르고 결산을 위한 준비 과정이 다양하기 때문에 결산 분배 시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국가 의무수매 계획에 따른 수매가 종료되고 종곡(種穀), 농민 식량, 경영 관련 자금 등 복잡한 회계가 끝나야 분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시기 농장의 경영을 감독하는 시·군 농업경영위원회는 정확한 분배를 지향하여 결산 분배 시기를 강제하지 않았다. 분배를 빨리하라고 강제하면 정확도가 떨어지고 거짓 분배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도 분배를 빨리하라고 독촉하는 것은 농장과 농민의 정확한 이익 분배는 생각도 하지 않는 행태다. 목적은 오로지 김정은의 치적 선전을 통한 권력 유지에 있다.

올해 농장의 생산과정에 노동당과 농업 당국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농사를 잘하라고 요구만 하고, 농번기에 학생, 군인, 부녀자들을 농촌에 때려 몰고, 일하는 농민들의 귀에서 피가 나도록 방송을 불어 충성 강요를 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 올해 농사가 작년보다 잘 됐다면 그건 국가의 역할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진 시장제도에서 발휘된 개개 농업인의 노력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가에 의한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점은 예외일 수 있겠으나 농업생산이 증가했다면 국가의 실질적인 도움이 전무한 상태에서의 성과일 것이다.

북한 당국은 현실을 직시하고 말도 안 되는 억압과 통제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 아무리 체제 유지가 중요하다고 한들 농장이나 농장원들의 자율성은 절대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농장이 제대로 분배하고 농장원들이 제대로 분배받을 권리마저 빼앗는 것은 심각한 인권유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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