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북한의 10월 최고인민회의 소집이 갖는 함의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가 2023년 9월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핵무력 정책을 북한 사회주의 헌법에 명시하는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헌법 수정 및 새로운 법령·정책노선 채택 권한이 있는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격)를 오는 10월 7일에 소집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회의는 그간 개최 시기·의제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어 왔으며, 이번에 9개월여 만에 소집이 확정되었다.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회의가 10월 7일 평양에서 소집된다. 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과 관련한 문제, 경공업법, 대외경제법 심의채택과 관련한 문제, 품질감독법 집행검열감독정형과 관련한 문제가 토의된다.”(2024.9.16. 조선중앙통신)

의의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소집을 결정한 것은 김정은이 올해 초 제14기 10차 회의에서 발표한 《적대적 2개국가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수 있는 ‘영토 규정’을 포함한 헌법조항 개정 작업이 이제 완료되었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검토·완료한 것에는 김정은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주문한 제1주적(主敵)으로 대한민국 명기, 영토 관련 조항 삽입, 민족·통일 관련 문구와 개념 삭제, 전쟁 발발 시 대한민국을 점령·평정·수복·편입하는 문제는 물론이고 군사분계선 지역 방벽 설치, 대남 온·오프라인 공격전술, 관련국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 후속 조치 방안 등도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10월 회의 이후에는 ▲남북관계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고 ▲북한이 선포한 이른바 국경선에서의 충돌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특히 10월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인데다, 오물풍선으로 서울 상공을 뒤덮을 수 있는 북서풍 계절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편 군사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어서 이번 발표에는 포함시키지 않았겠지만, 대(對)러 지원 확대 문제를 논의·추인할 가능성도 주시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행보 전망

김정은은 지난 정권 수립일(9·9)에 전격적으로 체제 운영 중점방향(핵능력 강화, 지방발전 총력 경주, 간부와 당원의 역할 배가)을 밝히는 연설을 한 이후 탄도미사일 및 600㎜ 방사포 시험발사장, 특수전부대훈련장, 핵무기 관련 시설 시찰 및 러시아 쇼이구 서기장과의 밀담(하루방문 일정에 2차례 회담) 등의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필자는 김정은이 이 같은 행보와 함께 10월 10일 당 창건일 직전에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 점을 주목하면서 최고인민회의 폐막과 당 창건일을 계기로 전방위적인 공세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즉 ▲대내적으로는 그간 미뤄오던 《적대적 2개국가론》에 대한 선전 및 교양  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총동원 태세 구축’) ▲대남면에서는 오물풍선 테러 또는 이른바 국경 지역 도발을 통해 국론분열을 획책하고(‘전쟁이냐 평화냐의 인지전’) ▲대외적으로는 다양한 핵·미사일 도발 카드(‘대미 압박’)를 총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한편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김정은이 《적대적 2개국가론》 정식화를 위한 헌법 수정을 지난 3월로 5년 임기가 만료된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 맡긴 것은 제15기 대의원 선거를 2025년 이후에나 실시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계기를 통해 당대회 소집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5년 주기를 통일시킬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맺음말

북한의 이번 10월 최고인민회의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김정은 권력 공고화와 남북관계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김정은이 주창한 《적대적 2개국가론》은 단기 방어(‘잠정분단’)-장기 공격(‘편입통일’)을 특징으로 하는 정책노선을 넘어 김정은 완전 홀로서기를 위한 고도의 전략전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긴 호흡을 가지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 대비해야 한다. 특히 지난 6월 북-러조약 체결 시 ‘사후약방문식 대처’라는 비판을 받은 점을 교훈 삼아 필요시 사전경고, 레드라인 설정 등을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선제적으로 제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이 거부하거나 도발하면 가용수단을 총동원하여 대응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과정에서 김정은이 현재는 물론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당 창건 80주년(2025.10.10), 9차 당대회(2026.1 예정/조기 개최 가능)와 같은 계기를 고려한 큰 그림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으며, 보다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공산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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