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사회의 큰 관심속에 진행된 푸틴 방북(6.19)이 끝났다. 김정은은 철부지 아이들까지 동원한 푸틴과의 악마의 거래를 통해 사실상의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건 바로 우리에게는 현재와 미래 안보 리스크(risk) 증대와 직결된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푸틴이 떠난 다음 날 대북전단을 다시 살포했고, 김여정은 21일 “분명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렸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5월 말부터 오물테러를 비롯 다양한 도발을 전개하다가 김정은-푸틴 회담에 즈음하여 잠시 조정기를 가졌지만, 새 국경선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말 당 전원회의(확정)-7월 최고인민회의(예상)’가 목전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에 내부결속 도모, 남남갈등 증폭, 대외강경 입장 과시를 위한 다양한 후속도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북한의 오물테러를 비롯한 대남도발의 배경과 의미를 평가하고 전망해 보는 것은 향후 바른 대응을 해나가는 데 있어 의미가 있다.
배경
북한은 오물테러를 자유북한운동연합의 5월 10일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이는 순전히 구실일 뿐이다. 대북전단 살포 후 18일이나 지난 5월 28일에야 오물살포 작전을 전개했고, 사전에 24일 당 정치국회의(군 총참모부 보고), 25일 국방성 부상 담화 등을 거쳐 이루어진 것을 보면 실제적으로는 철저히 계산된 다목적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이며,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주목받은 하이브리드전(hybrid-war)을 한반도에 접목하는 시험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필자는 북한의 오물테러를 ①길게는 2019년 2월 하노이 외교대참사(no deal)이후 추진 중인 ‘강대강 정면돌파전’의 연장선상에서 ②짧게는 김정은이 지난해 말 선언한 ‘2개 국가론’의 실천조치의 관점에서 ③보다 직접적으로는 5월 24일 김정은이 주재한 당 정치국회의 결정 후속조치 이행과정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즉 김정은은 5월 하순 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면서 2가지 중요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첫째, “제8기 10차 당 전원회의를 6월 하순에 개최한다”고 결정하였다. 당 전원회의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정책노선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인데 새 국경선을 헌법에 명문화할 최고인민회의를 앞둔 시점에 소집되어 주목된다.
둘째, 군 총참모부 현안보고를 청취한 후 관련 명령을 하달하였다. 김정은 지시 내용은 다음날 국방성 부상 김강일 담화(5.25)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해 볼수 있는데, 동 담화는 한미합동군사훈련,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 대한민국 해군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문제 삼으며 강경대응을 예고하였다.
이후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오물 대남공중살포, 600mm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 서해 GPS 전파교란, 북한군 군사분계선 침범, 휴전선 대남확성기 방송 시설과 방벽 재설치 등 다양한 수준의 도발을 연쇄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도발이 사전에 철저히 계산된 시나리오에 입각한 입체적 심리전이자 모의 공격 훈련임을 방증한다.
한편 6월 2일 김강일의 조건부 잠정 중단(“대북전단 재살포 시 100배 대응”) 및 6월 9일 김여정의 대대적 보복 경고(“전단 살포·확성기 방송 시 새로운 대응”)도 이 같은 사전 시나리오에 기초하여 한반도 정세긴장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하기 위한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식 남남갈등 조장 전술’, ‘저비용 고효율의 공포조성 전술’이다.
전망
최근 북한이 연쇄적으로 벌이고 있는 오물테러 등 대남도발은 ‘2개국가론’ 정착화를 위한 사전공작, 서막일 뿐이다. 향후 북한은 ▲말폭탄과 다양한 온-오프라인 도발을 통해 대한민국 내부에 ‘전쟁이냐 평화냐’의 논쟁, 전쟁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6월 말 당 전원회의·7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2개국가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국경선을 확정·공개하며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다.
▲이후에는 대한민국 여소야대 정치구조하에서의 극단적 대립과 6월 말 한·미·일 다영역연합훈련, 반미투쟁월간(6.25~7.27), 8월 한·미 핵대응공동훈련 국면을 적극 활용하면서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쥐고 11월 미국 대선과 러-우 전쟁 이후 새로운 협상국면을 대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김여정이 지난 9일 언급한 ‘새로운 대응’이 주목되는 바, 향후 북한은 오물테러(풍향이 관건인데 7~9월은 바람이 북쪽으로 많이 향해 특정 기상조건하에서만 가능)와 군사분계선·NLL에서의 도발은 물론 탈북민 또는 다중밀집시설 테러, 전산망 해킹과 마비, 7차 핵실험, 정찰위성 발사와 같은 육-해-공-사이버-우주 5전선에서의 백색·회색·흑색 도발 카드(필요 시 복합)로 그들에게 유리한 정세를 조작하려 할 것이다.

대응책
①네이밍(naming)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
국내외 언론들은 북한의 첫 오물세례가 있던 날부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정부와 군도 ‘오물 풍선’이라는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표현은 사안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 ‘오물테러’가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다.
북한이 보낸 대량의 오물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모욕감과 함께 공포심을 자극하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에 떨어져 앞유리가 파손된 경우도 있다. 하루 1300대 이상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이착륙이 일시 정지되는 소동까지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언제든 대형사고로 비화될 개연성이 있다. 혹시라도 북한이 생화학 무기를 기구에 넣어 살포할 경우 벌어질 상황은 상상하기 조차도 싫다. 따라서 네이밍(naming)부터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오물풍선이 아니라 ‘오물테러’이다.
②남북한 전단 살포의 차이점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
대한민국 민간단체가 날리는 대북전단은 헌법적 가치에 기초해 불과 20여 개의 풍선을 활용하여 북한주민들에게 외부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직접 당국이 나서 대규모 인적·물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오염된 테러물질을 대규모로(식별된 것만 해도 1600여 개) 투하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단어를 똑같이 쓸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첫단추도 잘 끼워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한 듯하다. 차라리 북한이 오물과 쓰레기를 날려보냈을 때 《전단은 OK, 그렇지만 오물은 NO》로 대응했으면,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 명분도 얻고 북한의 저급한 행동에 대한 비판여론도 일어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③정부 당국은 과거에 머물거나 자화자찬하지 말아야 한다
김정은 올해 들어 선대 노선을 부정하는 반민족적·반통일적 ‘2개국가론’을 주창하였다. 지난 5개월여간 손익계산서를 끊임없이 두들겨 보았을 것이고, 손해보다 이익이 크다는 판단하에 민족·통일 관련 흔적 지우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오물테러 작전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결행했을 것이며, 대한민국의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 재개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우리 측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시작하니 북한이 즉각 오물테러를 중지하였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은 금물이다. 북한은 ‘2개국가론’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 계속 필요하며 오물테러는 실(失)에 비해 득(得)이 매우 크다.
④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
한반도 위기의 주범은 김정은인데, 일부 진영에서는 탈북민과 현 정부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며 오히려 불안심리를 조장하고 있다. 의도했든 안 했든, 민주사회의 다양성의 힘(표현의 자유)과 내부단결을 훼손시키고 김정은의 남남갈등 조장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북한의 더 큰 공갈과 도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보다 전방위적인 대처(탈북민단체의 야간-비공개 대북전단 살포 유도 및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 시 당당한 대처로 북한의 양보를 받아낸 사례, 한미의 철저한 대응태세, 북한의 비정상적 행동 정상화 필요성 전파와 같은 대국민 설득과 자신감 고취)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과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안보부처는 정치권·언론계 등 다양한 수준의 오피니언 리더 집단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볼 때 적전분열은 필패이며, 북한을 바르게 상대하는 힘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국민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⑤단기 현안대응은 물론 장기계획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도발 이후 9.19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 전군 비상근무,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 등의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위기관리는 사건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사전예방이 최선이다. 북한에 대한 사전 경고, 한미일 연합자산 풀가동을 통한 조기경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김정은의 ‘2개국가론’은 우리에게 양날의 검이다. 북한의 다양한 도발이 위기적 요소라면, 한류열풍 확산과 당국의 비정상적 대처·반인륜적 악행은 큰 기회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인식하게 북한체제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여 범정부·범세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맺음말
윤석열 정부는 김정은과 현사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과거의 경험에 머물러 있어서는 절대 안 되며 보다 치밀하고 창의적인 전략전술과 외교를 통해 위기를 선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북러정상회담에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김정은이 보다 공세적으로 위기를 고조시켜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연습이 아니라 실전이다.
혹여나 이번에 정부가 여론을 하나로 모아 적의 대처하지 못하면 국격과 국민 자존심 훼손을 넘어 향후 북한의 더 큰 도발, 남남갈등 유도책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동 정론은 『South Korea’s Response to North Korea’s Trash Terror: Festina Lente』(곽길섭, 샌드연구소 영문 뉴스레터, 2024.6.21)을 기초로 내용을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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