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랑군 중소형 발전소 대형 화재에 공개 종업원 총회 진행

노후화된 설비 타면서 불 크게 번져…도급 기관서 급히 내려가 발전소 기술일꾼 무책임성 질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6월 17일 “자기 고장에 깃든 수령의 영도 업적을 깊이 새겨안자”면서 함경북도 어랑군을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달 말 어랑군 중소형 발전소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해 공개 종업원 총회가 진행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어랑군의 중소형 발전소에서 크게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가 하면 발전기, 전동기와 같은 주요 설비가 다 타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발전소는 지어진 지 20여 년이 넘어 설비 노후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왔으나, 운영난에 설비교체나 보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지난달 말 이 발전소의 한 개 발전기에 불이 붙고 이것이 주변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으면서 대형 화재로 번졌다.

이날 발생한 화재는 발전소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 주변에 사는 주민들까지 총동원돼 진화 작업에 나선 끝에 겨우 진압됐다고 한다.

이후 도 인민위원회와 도 안전국 등 관련 도급 기관에서 일꾼들이 상황 파악을 위해 곧장 현장으로 내려왔고, 이들은 사고 발생 이틀 뒤인 29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한 상태에서 발전소의 전체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까지 모두 모아놓고 공개적으로 종업원 총회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이번 사고에 따른 인명피해 사실과 경제적 손실이 하나하나 언급됐고, 사고가 나기 전 설비점검이나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또 몇몇 종업원들과 가족들이 불 끄기에 나서지 않은 점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소식통은 “도에서 내려온 일꾼들은 교체할 설비가 부족하면 현장 노동자들이나 책임 있는 기술일꾼들이 상급에 제기해 풀어야 하는데 꿀 먹은 벙어리마냥 가만히 있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며 이런 안일 해이가 곪을 대로 곪아 일어난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는 현장 노동자들과 책임 있는 기술일꾼 전원이 순서대로 앞에 나서서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들의 안일 해이 때문이라며 잘못을 시인하는 내용으로 자체 비판을 하는 광경이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자 발전소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 속에서는 노후화된 설비가 사고의 원인임을 알면서 현장 노동자들과 기술일꾼들의 책임으로만 돌린다는 비난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발전소 기술일꾼들은 다른 지역의 1급 기계공장과 특급기업소에까지 찾아가 설비를 구해보려 애썼으나 번번이 실패했고, 설비를 수입하는 방안도 문서로 작성해 상급에 여러 차례 제기했으나 좀처럼 답을 받지 못했다는 게 종업원들의 말”이라며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닌데 일이 발생하자 책임을 모두 전가하는 것에 화가 난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