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우리는-황해남도 편] 갑작스런 격리에 죽어간 이들

[북한비화] 예고도 없이 2주 감금해 군인 가족들 굶어 죽어…뛰쳐나왔다가 교화소 끌려가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21년 7월 ‘비상방역전을 보다 강도 높이’라는 제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나선 황해남도 연안군위생방역소를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20년 8월 어느 날, 북한 황해남도 옹진군 소재 한 부대 군인 사택 마을에 원인을 알지 못할 열병이 돌기 시작했다.

열병이 돌기 시작한 지 이틀째 되던 날 새벽 사택에 있던 군인 가족들은 ‘오늘 저녁부터 세대주는 비상동원령으로 2주간 퇴근하지 못하고 부대에서 침식한다’는 부대 가족지도과의 통보를 일제히 받았다. 또 이와 함께 ‘가족소대별로 소대장 집에 모여 부대 정치부에서 준비한 비디오 녹화물을 필수 청취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해당 녹화물은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매일 쓰러져 나가고 있다는 내용의 북한이 자체 제작한 영상이었는데, 북한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곳이 남조선(한국)이라면서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중앙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구체적인 병원 이름과 사망자 수를 내레이션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바로 오늘 굴착기(포크레인)로 시체를 매몰하는 모습이라며 관련 장면을 띄우기도 하는 등 이를 시청하는 주민들에게 코로나에 대한 공포감을 심는 데 주력했다.

부대 가족지도과에서도 ‘잘산다는 선진국에서도 저렇게 많이 죽어 나가는데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들어오면 다 전멸돼 죽지 않겠나’며 ‘한 가정의 남편, 아빠이기 전에 부대 지휘관들인 세대주들이 부대에서 침식할 때 가족들도 국가방역법에 따라야 한다’며 통제에 따를 것을 주문했다.

실제 녹화물 사상교육 직후 군인 가족들이 각자 집으로 흩어지자 부대에서는 군인들을 동원해 사택 대문과 출입문을 바깥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창문 역시 바깥에서 대못을 박아 열지 못하게 고정해 놓기도 했다.

그렇게 군인 가족들은 세대주들이 부대에서 침식하는 2주간 국가방역법 집행이라는 미명 하에 꼼짝없이 집에 감금됐다.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 후 마침내 집으로 귀가한 군인들은 힘없이 지쳐 쓰러져 있는 가족들을 마주했고, 심지어 몇몇은 죽어있는 가족들의 시신을 마주하기도 했다.

코로나 초기 북한에서는 이렇듯 국가방역법 집행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대비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주민들을 무작정 예고 없이 자택에 격리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먹거리를 미리 장만하지 못한 채 집에 갇혀 있다 생을 마감한 가족들의 시신은 당시 방역 규정에 따라 단체 소각 처리됐다.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군인들은 울분이 터졌지만, 국가방역법이 전시법으로 여겨지는 판국에서 제대로 항의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조용히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당시 배고픔에 문을 부수고 뛰쳐나온 가족들은 ‘국가의 방역 지침을 위반한 반역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범죄시 돼 모두 교화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한 옹진군 주민은 코로나 초기 당시 상황에 대해 “사민들은 텔레비죤(텔레비전) 통로(채널)를 돌려서 세계정세를 알아 그다지 공포에 떨지는 않았는데, 군인 사택 사람들은 고지식해서 많이 죽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역법을 어겨서 교화소 가고 집에 갇혀서, 벌이가 없어서 굶어 죽은 사람이 고난의 행군 때보다도 많았던 것 같다”며 “강도질을 해서라도 굶어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사람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