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지 北 노동자들, 우즈벡 노동자들과 패싸움 소동

우즈벡 측 시비가 발단…현장 총책임자 러시아인이 나서 피해보상 받아냈지만 北 회사가 꿀꺽

2019년 6월 촬영된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건물 건설 현장. 당시 이곳에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러시아 현지 한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과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지는 소동이 있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6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7일 저녁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 치타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북한 노동자 숙소를 지나가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6명이 북한 노동자에게 이유 없이 시비를 건 게 발단이었다. 작업이 끝난 뒤에 술을 거하게 마신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밖에서 담배피고 있던 북한 노동자에게 행패를 부리며 주먹질을 한 것.

그러자 순식간에 북한 노동자 10명이 달려 나와 주먹을 휘둘렀고, 이는 곧 패싸움으로 격화됐다. 또 그 와중에 인근 건설 현장의 북한 노동자 5명이 가세하면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소식통은 “또 다른 북한 노동자 5명이 소식을 알고 달려가 합세하며 싸움이 크게 번졌다”며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뒤에 합류한 북한 노동자 5명 중 4명을 두들겨 패 실신 상태로 만들었고, 북한 작업장 공구까지 부숴버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오히려 처음 싸움에 휘말린 북한 노동자들은 뒤에 합세한 노동자들이 두들겨 맞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면서 “‘돈만 벌어 무사히 귀국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고 회사의 처벌과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보복도 두려워서 그랬다’는 게 후에 이들이 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동은 현지 경찰의 출동으로 밤늦게야 겨우 제지됐고, 실신한 북한 노동자 4명은 곧장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튿날 소식을 전해 들은 러시아인 현장 대방 총책임자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속한 사업소 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자들이 소속된 회사나 북한 대사관이 아닌 건설 현장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러시아인이 두 팔 걷고 나섰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 러시아인은 평소 작업 마감 시간이 되면 현장에서 모래 더미나 자재 등 공구 정리 정돈을 깨끗하게 잘하고 철수하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서 평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마치 자기 일처럼 강력하게 북한 노동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결국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속한 작업소 측이 20일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간 북한 노동자 4명에 대한 피해보상금으로 총 80만 루블(한화 약 1157만원)을 지급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에게는 피해보상금이 한 푼도 돌아가지 않고, 모두 이들이 속한 북한 회사에 귀속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북한 회사에서는 이 피해보상금을 병원비와 일하지 못한 기간의 계획분, 회사 운영비로 쓰겠다고 통보했다”며 “노동자들은 개인적으로 피해보상금을 받지도 못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다시 현장에 뛰어들어 이번 달 계획분을 바쳐야만 하는 자신들의 처지에 통분해하고 있다”고 했다.

현지 일부 북한 노동자들 속에서도 ‘죽도록 맞은 것은 노동자들인데 돈은 위에서 다 가로채 꿀꺽 삼켜버렸다’, ‘항의 한번 제대로 안 하고 죽은 듯이 국가 계획분 돈만 조용히 벌라고 하는 것이 어이없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이번 소동 이후 러시아 현지의 북한 회사들은 소속 노동자들에게 ‘그 누가 때려죽인다 해도 대응하지 말라. 모든 행위는 국가의 대외적 권위 훼손 행위임을 명심하라’고 신신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