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 탈북민들, 10년 넘게 사용해 온 가짜 신분증 회수당해

공안이 파출소로 불러내 신분증 바치라 요구…한순간에 신분 없어진 탈북민들 '패닉'

중국 오성홍기. /사진=데일리NK

최근 중국 공안 당국이 중국에서 가짜 신분증으로 생활해 온 탈북민들을 찾아내 신분증을 회수하는 사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10년 넘게 가짜 신분증으로 생활해 온 탈북민 A씨가 공안에 불려 가 신분증을 회수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안은 A씨에게 ‘위(중국 정부)에서 가짜 신분증으로 생활하는 탈북민들의 신분증을 회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신분증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중국 공안은 지난해부터 가짜 신분증으로 생활하는 탈북민들에 대한 장악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이들을 공안에 불러들여 신분증을 바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가짜 신분증으로 10여 년을 살아온 탈북민들이 한순간에 신분증을 회수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결국 A씨는 그동안 사용해 온 가짜 신분증을 공안에 바쳐 여느 탈북민들처럼 신분증이 없는 신세가 됐다고 한다.

더욱이 공안은 A씨에게서 가짜 신분증을 회수하면서 ‘한국행을 시도하거나 죄를 짓지 않으면 체포되거나 북송될 일이 없으니 조용히 살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랴오닝(遼寧)성에 사는 탈북민 B씨 역시 10여 년간 사용해 온 가짜 신분증을 최근 공안에 회수당했다.

소식통은 “현재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탈북민들이 돈만 있으면 중국에서 가짜 신분증을 살 수 있었다”며 “그렇게 산 신분증으로 비행기도 타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다 갈 수 있으니 한국에 갈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한순간에 신분이 없는 상태가 되면서 절망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 B씨는 “그동안에는 가짜 신분증이라도 있어 크게 문제없이 돈도 벌면서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날개를 잃은 새 신세가 됐다. 언제든 붙잡혀 북송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도 이루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중국 내 탈북민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생활하는데 가짜 신분증이 큰 역할을 해왔는데, 이것이 사라지면서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신분이 없는 처지에 대한 비관이 커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중국 내 탈북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더 증폭되고 있다”면서 “이들이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행인데 지금은 그것마저 너무 어려우니 심리적으로 더욱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