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파와 만성적 전력난으로 인해 상하수도관이 동파돼 평안북도 도 소재지가 있는 신의주시에 있는 도급 대학교들에서 나흘간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물 긷기’에 동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2일부터 교원대, 사범대, 경공업대, 농업대학에서 불거졌다. 이날부터 3일 동안 전체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게 아닌 아닌 밖에서 물을 받아 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먼저 북한 대학교 내 동파는 고질적인 사한이다. 어떨 때는 너무 추워서, 또 어떨 때는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다. 과거엔 이때마다 몇 개 학급만 동원하는 식으로 물 문제를 해결하곤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고 한다. 연속된 동파로 기숙사와 식당 등지에서 물 부족 문제가 예년보다 심각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대학생 전체 동원’으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고, 학생들은 그렇게 3일 동안 물을 길어 와야만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도당(道黨)에도 이 사한이 보고됐고, 25일 밤 ‘비상회의’가 소집됐다고 한다. 또한 여기에는 수업 중단 결정을 내린 4개 대학의 책임일군(간부)들까지 참여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소식을 듣자마자 회의가 소집했다는 건 그만큼 처벌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면서 “인민위원회 전문부서와 큰 기업소가 각 대학 하나씩을 맡아 물 문제를 풀어주라는 ‘책임제’가 바로 도입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급 도시경영, 상하수도 관리 책임 부서들과 기술인력을 급히 파견할 것과 유사한 문제가 있는 기관, 기업소, 탁아소, 유치원 등의 상하수도 문제도 요해(了解·파악), 보고하라는 지시도 하달됐다고 한다.
특히 시, 군, 기업소, 공공기관에 ‘겨울철 상하수도와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혁명적인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도 내려졌고 필요시 평안북도 돌격대는 물론 군인들도 동원해 겨울철 물 문제 체계를 보강하겠다는 도당 결정까지 채택됐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한편 보고 없이 자체로 수업을 중단한 대학 책임일군에 대한 ‘사상투쟁’이나 ‘처벌’은 없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민들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대책을 세워주는 도당의 일본새(일하는 자세)가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여기(북한)에서 전기나 물 문제는 절대로 국가가 해결 못 한다”, “수백 번 비상 회의를 열어도 그때뿐일 것”이라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도 여전하다. 근본적인 에너지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문제 해결은 난망일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