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 밀무역자들, 한국의 최신 패션 유행 파악 나섰다

북, 젊은 층 위주로 한국 패션에 대한 관한 관심 높아...단속 강화에도 한류에 대한 관심 여전

이색적인 옷차림, 몸단장과의 투쟁을 강도높이 벌일 것을 강조하는 북한 내부 동영상 강연자료의 한 장면. 이색적인 옷차림으로 지목된 여성 주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데일리NK

옷, 신발을 수입하는 양강도 국경 지역의 밀무역자들이 한국의 최신 패션 유행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에서 옷, 신발 밀무역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물건을 들여오기 위해 남조선(남한) 추세 파악에 나섰다”면서 “젊은층이 남조선에서 유행하는 옷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개인 밀무역자들이 한국의 최신 패션 동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물건을 수입해 들여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밀무역자들은 젊은층의 수요가 많은 한국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 신발 등을 수입해 도매상들에게 공급했다. 사실상 한국의 패션 유행을 북한에 전파하는 역할을 해온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북·중 국경이 폐쇄되면서 밀무역이 어려워져 젊은층은 한국의 유행과 상관없이 북한 내에서 생산된 옷이나 기존에 입던 옷을 수선해 입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후반기 일부 밀무역자들이 옷이나 신발을 소량 수입하긴 했으나, 이들이 들여간 물건은 한국에서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의 상품보다는 주민들의 생활 수준에 맞는 저가 상품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음력설이 지나고 밀무역자들이 옷, 신발을 수입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패션에 대한 주민들, 특히 젊은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경 봉쇄 이후 몇 년간은 국내에서 생산된 옷이 장마당에서 팔리긴 했지만, 원래부터 사람들이 국산에 만족하지 않는 데다 가격까지 비싸 인기가 없었다”며 “하지만 수입 상품은 밀무역자들이 수요와 수준에 맞는 상품을 들여오기에 잘 팔린다”고 말했다.

실제 밀무역자들은 수요가 있는 물건을 수입할 요량으로 한국의 최신 패션 유행 파악에 나서고 있다. 가지고 있는 중국 휴대전화로 한국의 지인에게 직접 연락해 올해 어떤 옷이 유행인지 알아보고 사진까지 받아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거래하는 중국 무역업자들에게 사진을 전달해 비슷한 옷을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 제품은 들여갈 수 없으니 유행만 파악하고 중국 무역업자에게 그와 비슷한 상품을 구해달라고 요청한다는 설명이다.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밀무역자는 “지금 주변의 잘사는 사람들은 ‘지금 남조선에서는 어떤 옷이 추세냐’, ‘그 추세에 맞는 옷을 좀 들여와 달라’, ‘이제는 새로운 형식의 옷을 구경도 하고 입어도 보자’며 부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도매상들도 가격이 눅으(싸)면서도 남조선에서 추세인 옷을 좀 들여오라고 귀가 아플 정도로 말하고 있다”며 “남조선 추세를 따라가고 싶어 하는 젊은층의 수요가 그만큼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소식통은 “비슷한 중국 제품으로나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남조선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주고 사상 교양을 강화해도 남조선 문화와 최신 추세에 대한 여기(북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