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여성들 단단히 잡도리 하라” 세뇌 교육한 中 공안

동거 중국인들 파출소로 불러내 탈북민 통제·관리 강조…"한국행은 반간첩법에 해당" 언급

중국 오성홍기. / 사진=데일리NK

중국이 자국 내 탈북민 여성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통제하기 위해 이들과 함께 사는 중국인 가족들을 상대로 세뇌 교육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지난 23일 텐진(天津)시와 네이멍구(内蒙古)자치구에서는 공안 내부 정책에 따라 지역 공안에 등록된 탈북민 여성과 동거하는 중국인 가족 대표 한 명이 지역 파출소에 시간대별로 모여서 세뇌 교양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파출소에서는 북한의 어려운 현실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당신들과 함께 사는 탈북민 여성들은 자기 국가(북한)를 버리고 도망쳐 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국으로 가겠다며 보살펴준 중국 가족을 배신하는 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출소에서 재생한 동영상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 주민들이 남루한 차림으로 길거리를 거니는 모습, 북중 국경인 압록강에서 주민들을 위협하는 국경경비대 군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콰이소나 큐큐 등 메신저들에 간간이 돌아다니는 옛날 못살고 빌어먹는 북한 사람들이 나오는 영상을 쓴 것 같다”며 “파출소에서는 6~8분짜리 동영상에 자막을 입혀 보여주면서 ‘배고파서 조국도 버리고 온 여성들이 이제는 중국에서 살 만하니 한국 가겠다고 중국 가족들을 버리려 한다’며 중국인 가족들을 세뇌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파출소에서는 ‘이렇게 거지같이 살던 것을 사람답게 배불리 먹게 해줬으면 잠자코 살아야지 또 가족을 배반하고 한국행 하는 것은 비법 행위다. 이는 반간첩법에도 해당되니 각 가정에서 단단히 잡도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반간첩법을 자국 내 탈북민 통제에도 활용하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을 중국인 가족에게서 전해 들은 몇몇 탈북민 여성들은 “한국으로 가는 것이 진짜 반간첩법에 해당되는 것이냐”며 혼란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파출소에서는 ‘젊은 탈북 여성들은 한국행을 하다가 인신매매 당해 제3국으로 팔려 가 행방불명되기도 했다’, ‘장기 매매 대상으로 끌려갈 가능성도 있는데, 그러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식으로 공포심을 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파출소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온 중국인 가족들은 탈북민 여성들에게 ‘한국행 하면 죽는다고 하더라’, ‘중국에서 조용히 살면 인신매매나 장기 매매 당할 일 없다’,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하겠다’고 했다”며 “탈북민 여성과 동거하는 중국인 가족들에게 중국 공안의 세뇌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중국에 있는 탈북민 여성들은 ‘공안이 중국인 가족을 데려다 교양하는 게 참 무섭다’며 혀를 찼다”면서 “한국행을 두고서는 당분간 좀 정세를 살펴봐야 한다는 쪽과 붙잡히더라도 신분 없이 중국에서 언제 북송될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우울하게 살기 싫다는 쪽으로 반응이 나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