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한다며 꽃다발 속에 ‘달러 봉투’ 숨겨 선물했다가…

평양음대 학생-교수 간 과도한 뇌물성 현금 오가 문제시…대학 당위원회 사상투쟁회의 진행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 전경. /사진=노동신문

평양의 한 대학교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는 과정에 현금 봉투를 몰래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이하 평양음대) 한 개 학부의 한 학급에서 꽃다발 사이에 달러 봉투를 숨겨 교원(교수)들에게 몰래 선물한 사건이 대학 당위원회에 신고돼 지난 16일 사상투쟁회의가 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평양음대의 모든 학부, 학급들에서는 양력설을 맞아 교수들을 찾아가 꽃다발을 전하며 새해 인사에 나섰다.

북한에는 새해가 되면 대학생들이 교수들을 찾아가 인사하면서 적당히 현금을 건네는 촌지 문화가 있지만, 올해는 한 학부의 한 학급에서 유달리 과도한 현금 봉투를 몰래 교수들에게 쥐여줘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 이 학급의 학생들은 새해 인사 겸 교수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전에 없이 돈을 모으기로 공론하고 교수 한 명당 50달러짜리 4장, 총 200달러가 들어 있는 달러 봉투를 꽃다발 사이에 숨겨서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중 한 교수가 혹시라도 후탈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며칠간 고민하다 봉투를 그대로 들고 대학 당위원회를 찾아가 달러를 받은 사실을 고백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알게 된 대학 당위원회는 이 교수 외에 달러 봉투가 숨겨진 꽃다발을 받은 다른 교수들을 모두 호출해 따져 물었고, 결국 교수들은 받은 돈을 전부 대학 당위원회에 반납했다는 전언이다.

또 대학 당위원회는 다른 학부, 학급들에서도 현금 봉투를 들고 교수들을 찾아간 사례가 있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포치하면서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뇌물성으로 건넨 돈은 모두 회수할 것이지만 이 돈은 모두 대학 꾸리기, 모심 사업, 봄철위생사업 등에 쓸 계획이라 밝혔다고 한다.

대학 당위원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6일 발단이 된 학급과 이 학급이 속한 학부의 전체 교수, 학생들을 모아놓고 사상투쟁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상투쟁회의에서는 ‘스승들을 찾아가 인사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 연하장이나 꽃다발을 드리고 같이 식사하는 것까지는 일 없다(괜찮다). 하지만 돈이 오가는 것은 비사회주의 행위로 성스러운 교단을 흐리는 행위다’라는 등 날카로운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달러 봉투를 들고 대학 당위원회에 찾아간 교수는 ‘양심 있는 교원’으로 떠받들리고, 조용히 입을 닫았던 교수들은 ‘양심 없는 교원’으로 치부돼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낯 뜨거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