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마약 밀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적(敵)들의 모략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서 경각심을 더 크게 불러일으키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전형적인 북한식 선전선동 수법으로 풀이된다.
24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사회안전성이 지난 19일 함경남도 안전국에 내려보낸 주민 대상 학습자료에는 ‘올 초에 증가한 마약 생산, 밀매 범죄 행위는 우리 공화국을 고립, 압살하려는 미제와 그 주구(走狗) 남조선(남한) 것들의 모략에 발맞춘 내부 고용 간첩들의 책동’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평안남도 소식통도 “안전원들은 주민 학습자료를 통해 삥두(마약) 생산, 밀매에 손을 대 잡힌 범죄자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제와 남조선 것들의 반공화국 압살 책동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현시기에 적들의 지시와 모략에 발맞춰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려는 책동에 앞장서고 있는 자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함경남도와 평안남도 안전국은 사회안전성이 내려보낸 주민 대상 학습자료를 도내 시·군 안전부에 전달했으며, 안전원들은 현재 담당 동사무소를 돌면서 주민들에게 학습 내용을 침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관련 학습자료가 내려진 배경은 올해 1월 함경남도와 평안남도에서 마약 제조, 유통, 밀매, 사용 관련 범죄가 전년 동기 대비 배로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연초에 주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안전 당국이 올해 들어 함경남도와 평안남도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마약 문제의 원인을 적들의 모략 탓으로 돌리면서 ‘마약 범죄와의 투쟁은 곧 공화국을 질식시키려는 원수들과의 대결전에서 죽느냐 사느냐 하는 계급투쟁’이라는 내용으로 주민들을 교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함경남도, 평안남도 안전국은 지난 20일과 21일 각각 함흥시, 평성시에서 마약 제조·생산·유통·판매·사용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수사, 예심을 받고 있는 주민들을 연단에 세워 공개 투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도 안전국은 공개투쟁에서 올해 초 사회의 모든 성원들의 당 결정 관철을 위해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고 있는데 적들의 압살 책동에 동조하고 앞장선 반동분자들, 적들의 고용 간첩들이 내부에 박혀 대중의 혁명적 열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올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데 대한 사회안전성 지시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고난의 행군 시기 국가가 인민들을 방치해 마약으로 돈벌이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인데 엉뚱하게 적들의 모략 탓이라고 한다’, ‘이제 마약으로 돈벌이하는 사람들을 미제와 남조선 간첩이라고까지 하니 올해 많은 사람이 잡혀가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점점 살기 힘들어지니 사람들이 순식간에 돈 되는 것이면 마약이든 뭐든 다 하려고 하는데 공개 투쟁으로 해결되겠느냐”며 “올해 1월에 마약 범죄가 작년 이맘때보다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 별의별 일을 다 저지르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