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콩 가격까지 오르자 메주 쑤는 세대 손에 꼽아

소식통, “지금 장 안 담그면 내년 겨울엔 장도 없이 어떻게 밥 먹나 벌써부터 걱정”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노동자구의 살림집들. /사진=데일리NK

북한 주민들의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메주를 쑤는 세대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메주의 기본 재료인 콩을 구매할 여력이 없어 주민들이 메주 쑤기를 포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매년 12월 말부터 1월 초면 집마다 메주를 쑤느라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하루 종일 굴뚝에서 연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면서 “이번 겨울에는 인민반마다 메주를 쑨 세대가 평균 3~4세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실제 회령시의 한 인민반에서는 총 25세대 중 최근까지 메주를 쑨 세대가 2세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에서는 연초마다 메주를 쑤고 나서 분홍색을 띤 곰팡이가 나오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한해 운을 점치는 문화가 있어 대부분의 세대가 메주를 쑨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메주콩 가격이 크게 올라 메주를 쑨 집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경 kg당 4000원이던 메주콩은 두 달여 만에 70% 가까이 올라 지난달 말 6700원에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소식통은 “메주콩이 쌀 가격보다 비싸 비용적으로 부담이 크니 당장 하루 세끼를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려운 세대들은 이번 겨울에 메주를 만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전에 만들어 놓은 묵은장으로 반찬을 대신해 생활해왔던 세대들은 지금 장을 못 담그면 다음 겨울은 어떻게 먹고 살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세대들은 올해에도 메주 담그기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북한에서는 메주를 만들 때 하루 전에 콩을 물에 불려놓았다가 다음날 콩을 삶은 후 삶은 콩을 절구로 찧거나 국수분틀에 2~3번 내린 뒤 둥그런 모양으로 빚는다.

빚은 메주는 아랫목에 깨끗한 깔판을 펴고 그 위에 공기가 통하도록 올려놓고 말리는데, 이 과정에서 온 집안에 진동하는 발효 냄새가 싫어 일부 세대는 친척이나 이웃집에 맡겨 메주를 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재료를 다 대주고 냄새가 싫어 다른 집에 메주 쑤는 것을 맡기지만,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냄새 때문에 힘들어도 메주 쑤기를 맡고 싶어 한다”며 “메주를 잘 띄우기 위해서는 따뜻하게 난방을 때야 해 메주 쑤기를 맡으면 그동안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