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력 부족에도 “평양 야간 조명 꺼지지 않게 하라” 지시

“거리 불장식에 쓸 전기를 가정집에 보내면 2시간은 쓸 수 있을 것”... 비난 쏟아져

북한 평양 미래과학자 거리의 야경.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연말을 맞으며 수도의 밤 거리를 불장식(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야경조성사업을 진행할데 대한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부족한 전력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한다’며 이를 비난하고 있다.

평양시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올해도 끝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면서 평양시 거리에 화려한 불장식을 해서 수도의 밤거리를 아름답게 장식할 데 대한 지시가 내려졌다”며 “이로 인해 평양시의 각 구역 인민위원회가 불장식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평양시의 모든 거리에 설치된 가로등과 불장식이 저녁 8시부터 밤 11시까지 보장돼야 하며 이 시간에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각 구역들이 맡아서 관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국은 평양시의 중심 구역과 기념비적 건축물들이 있는 지역의 경우 지역별로 전력을 분담해 제 때에 불을 켜고 끄는 작업이 사고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거리 조명을 밝히기 위한 전력이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지역별로 전력 사용 시간을 나눠서라도 혁명사적지가 있거나 당에서 관리하는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은 조명이 꺼지지 않도록 특별 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러면서 당국은 관련 지시문에서 수도의 밤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려는 것은 수도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편의를 도모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의 이러한 의도에 발 맞추지 못하고 전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할 경우 관련자들은 법적 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평양시의 불장식과 전력공급에 관련되는 연관 부문들이 부족한 자재와 전력사정으로 의견을 내세우거나 비판할 경우 단순한 언어행위나 불만으로 보지 말고 정치적인 문제로 날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 사이에서 ‘전력도 부족한데 야간 조명 장식을 어떻게 하냐’는 불만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엄포를 놓은 셈이다.

이 때문에 당국의 지시를 받은 평양시의 각 구역 인민위원회 도시경영과에서는 경쟁적으로 가로등과 가로수에 번쩍이는 불장식을 설치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평양시 거리에 조명 장식을 하지만 올해는 특히 당국이 불장식을 강조하고 있어 간부들은 부족한 자재를 마련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

평양시 간부들이 작은 전구를 비롯한 조명 장식을 구하기 위해 평성을 비롯한 다른 지역까지 직접 뛰고 있다.

그러나 정작 평양시 주민들은 거리에 조명 장식이 완성돼 가는 것을 보면서 불필요한 곳에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주민들은 “가로등, 나무, 전주대, 탑, 다리에 불장식을 해놓을 전기면 주민세대에 하루 2시간 이상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텐데 국가는 쓸데없이 전력을 낭비하고 있다”, “아파트 외부 벽면까지도 불장식을 하고 있는데 억지로 외면에 전구를 매달지 말고 가정집 창문에서 환하게 전기가 흘러나오면 더 좋은 것 아니겠냐”,  “국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인민을 위한 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오히려 거꾸로 가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최근에도 평양시 전기 사정은 평양에서도 고위 간부들만 산다는 중구역만 하루에 2시간 정도 전기를 주나마나한 정도고 다른 구역은 대부분은 전지나 밧데리(배터리)를 이용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