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학생들, 학교서 술 먹고 추태 부렸지만 무마돼…왜?

간부 자녀들로 밝혀지자 학교선 '쉬쉬'…알려지면 학교 위신 훼손된다며 입단속 시키기도

김일성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사진=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캡처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기숙사와 강의실에서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려 한바탕 소란이 인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다만 이들이 주요 간부들의 자녀들이어서 사건이 조용히 무마됐다고 소식통이 28일 전했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선거 기간으로 자중해야 하는 시기에 지난 18일 김일성종합대학 대학생 몇 명이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려 문제가 됐다”며 “하지만 대학에서는 중앙의 간부 자녀들이라 찍소리도 못하고 비호하면서 김일성종합대학의 위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입단속에 나섰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 당일 폭풍군단(11군단) 출신 제대군인 대학생이자 학생 간부가 집에서 기숙사로 음식을 가져와서는 다른 대학생들과 모여 앉아 밤새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춤을 추며 놀다가 강의실로 자리를 옮겨 강의실 문과 창문에 젓가락, 과도를 던지는 놀이를 하는 등 추태를 벌여 문제시됐다.

이튿날인 일요일 휴일 아침 당직을 서던 교직원이 교내를 둘러보다가 강의실에 술병과 쓰레기가 나뒹구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 가운데 술에 취해 뻗어 자는 대학생들을 발견하고는 학교 측에 상황을 보고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선거를 앞두고 경비를 강화할 데 대한 지시가 내려지는 등 정치적으로 날 선 분위기에서 심각하고 다뤄질 문제였지만, 해당 대학생들이 모두 중앙의 주요 간부 자녀들로 밝혀지자 대학에서는 사건을 조용히 처리할 것을 지시하면서 무마해 나섰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이 학생들이 대학에 내려진 평양시 건설 과제나 대학 꾸리기 등 사회적 과제들에 달러(돈)를 많이 지원하는 대학생들이라며 감싸고 돌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더욱이 대학은 이 사건이 여기저기 소문으로 퍼지면 김일성종합대학의 위신이 훼손되고 대학이 망신당하게 된다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전체 학생들을 철저히 입단속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쉬쉬하면서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학도 아닌 김일성종합대학에서 학생들이 술을 먹고 추태를 부린 것도 모자라 학교 시설을 더럽힌 것은 그야말로 엄중한 사안이나 정작 문제시된 이들이 아무런 지적도, 비판도 받지 않고 무난히 넘어가자 뒷말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학생들은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당장에 문제가 돼 바로 퇴학당하거나 큰 정치적 사안으로 언급될 것이지만, 중앙의 간부 자식들이니 대학에서도 어쩌지 못한 것’이라면서 차별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