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앞두고 평양서 추방… “특이하다”

군인 가족 등 이달 초 새벽 3대 차량에 실려와…당장 살 집도 없어 선전실에 짐 풀고 생활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2019년 2월 촬영된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오는 26일 예정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평양시의 추방자들을 함경북도 길주군으로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평양시의 추방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일신리의 농장들과 탄광들에 내려왔다”며 “이들은 현재 추방지에서 집도 없이 생활하며 고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에서 추방돼 길주군 일신리로 온 이들은 이달 초 새벽 3대의 차량에 실려 왔다.

이 중 일부는 일신리 농장에 농장원으로 배치됐는데, 견장이 없는 국방색의 옷을 입은 남성들과 그의 아내, 아이들로 보아 군에서 복무하다가 특정 사건으로 추방돼 내려온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짐작하고 있다.

소식통은 “소문에는 평양시 방어사령부 소속 군부대가 축소되면서 몇몇 군관들이 고향으로 가게 됐는데 평양에 남겠다고 버티며 싸우다가 눈 밖에 나서 추방됐다고 하고, 또 정찰총국에서 복무하던 군인 가족들도 이번에 추방돼 온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이밖에 일신탄광에도 10여 명의 추방자들이 배치됐으며, 이들은 겨울을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당장 살 집이 없어 일단 작업반 선전실이나 직장 선전실 같은 곳에 짐을 풀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들은 추방돼 온 다음 날부터 진흙, 석비레, 모래, 자갈, 흙을 자체로 구해 각자 자기가 살 단칸짜리 집을 지으라는 지시를 받고 집 짓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군(郡) 보위부는 해당 농장이나 탄광 주민들에게 ‘추방돼 온 이들을 절대 동정하지 말며 먹을 것을 모아 주거나 집에서 잠을 재워주지도 말라’고 포치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제대로 된 거처도, 땔감도 없어 어쩌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 주민들은 ‘아무리 그래도 도와줘야 한다’면서 더운물을 받아서 찾아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농장이나 탄광의 간부들은 이들을 철저히 못 본 체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소식통은 “이렇게 갑자기 추방자들이 많이 내려온 것을 본 일신리 주민들은 원래 선거 기간에는 인원 유동을 금지해 거주지 이동이 없는데 당장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평양시 추방은 참 특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