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공개 질타를 받아 경질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덕훈 내각 총리가 최근에도 경제 현장 시찰에 나서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북한 내에서도 한때 그가 인사 조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자 간부층에서도 반향이 일고 있다는 전언이다.
3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난 8월 김덕훈 총리에 대한 원수님(김 위원장)의 공개비판 말씀이 있고 난 뒤에도 총리가 별일 없이 정상 활동하는 걸 두고 여기(북한)서는 내각 간부들에 대해 다시금 믿음을 준 특이한 사례라고 감격하며 연말 생산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는 의지들로 충만해 있다”고 전했다.
공개비판과 재신임이라는 이른바 ‘냉온탕 전략’으로 내각 간부들을 ‘긍정감화교양’하는 효과를 낸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8월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김덕훈 내각의 규율이 극심하게 문란해졌다”며 김덕훈을 콕 집어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책임을 따지자 북한 내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인사 조처를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다분했다.
북한 경제사령탑이면서 권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기도 한 김덕훈이 공개적으로 1호(김정은)의 비판을 받자 “무조건 간부사업(인사)이 이뤄질 것이다“, “곧 밀려날 것이다”라는 전망이 우세했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수십년간 망가진 경제인데 총리를 교체시킨다고 해결되겠느냐”, “내각 총리 자리에 누가 앉든 지금과 크게 달라지겠느냐”는 회의적인 의견들도 나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각 간부들은 김덕훈의 거취를 숨죽이고 지켜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가 김 위원장의 공개 질타를 받은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껏 아무런 당·행정·법적 처벌도 받지 않고 여러 경제 현장을 시찰하는 등 내각 총리 업무를 정상적으로 이어가자 내각 간부들은 놀라워하며 감격해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내각 간부들은 ‘이전 같으면 1호(김정은) 비판 말씀을 공개적으로 받은 대상은 직위 여하 불문하고 가차 없이 책임을 물어 교체하고 처벌을 줬는데 원수님께서 김덕훈 총리에게 다시 한번 신임을 안겨주신 것은 내각 간부들에 대해서도 믿음을 주신 것’이라며 크게 감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수님께서 올해 인민경제 계획 결과를 놓고 총리 사업을 재평가할 것이라는 친필 말씀을 내리시면서 믿음을 주셨다는 이야기가 내각 간부들 속에서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김덕훈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재신임을 행정경제 기관 간부들의 당성을 강화하고 충성심을 더욱 고취하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에서는 ‘김덕훈 내각 총리에 대한 원수님의 믿음은 총리 단 한 사람에게 준 믿음이 아닌 행정경제 기관 모든 간부들에게 주신 믿음으로 간주하고 현장에서 순직할 각오로 연말 생산 투쟁을 지휘하라’며 교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김덕훈 총리에 대한 원수님의 재신임을 언급하면서 인민경제를 책임진 행정경제 기관 일꾼들은 원수님의 크나큰 믿음과 사랑에 초과 경제 생산으로 보답해 사명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이에 내각뿐만 아니라 지방의 행정경제 기관 일꾼들도 뼈를 갈아서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 의식으로 의지를 한층 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일부 지방의 행정 간부들은 침수 피해 현장 담당 간부들만 현장 노동자로 가거나 간부사업 됐다면서 잡아먹을 것은 돼지(현장 책임자)밖에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1호 공개비판을 받은 김덕훈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침수 피해 현장 간부들은 줄줄이 처벌된 것을 두고 몇몇 지방 행정 간부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