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현대판 ‘마루타 실험장’ 화성 16호 관리소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건설 및 유지보수에 인근 화성(명간) 16호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을 대거 강제 동원한다는 의혹과 우려에 대해 위성사진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밝혔다.

마루타는 ‘통나무’라는 뜻이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만주에 주둔했던 일본의 관동군 731부대가 전쟁 포로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할 때 사용했다는 암호명이다. 16호 관리소 수감자들이 핵실험 방사능 피폭 지역에서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면, 북한이 자국 백성을 마루타로 사용한다는 믿을 수 없는 경천동지할 일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화성 16호 관리소의 모습과 풍계리 핵실험장과 연결된 산속 소로길, 그리고 다른 수용소의 화장터 시설 등을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통해 되짚어 살펴보았다.

화성 16호 관리소와 풍계리 핵실험장

함경북도 화성군 부화리에 있는 16호 관리소(정치범수용소). 풍계리 핵실험장과 인접해 있으며, 수감자들이 핵실험장 공사 및 유지보수에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과 의혹이 해외 민간단체로부터 위성사진과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사진=구글어스

화성 16호 관리소는 함경북도 화성군 부화리에 소재하며, 부지 면적이 5만 4000ha인데, 여의도 면적(290ha)의 189배에 달하고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둘레 길이는 116km이고, 수감 인원은 1만 59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지난 8월 16일 데일리NK가 보도했다. 이는 2022년 6월에 나온 수감현황 2만 8700명에서 1만 2800명이 줄어든 수치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정치범수용소 수감 인원 19만 8900여 명…지난해와 비슷) 위쪽으로는 어랑천 저수지와 댐의 모습도 보인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 설명에 따르면, 화성 16호 관리소는 완전통제구역으로 모든 수감자는 종신 수용되어 죽어서도 나가지 못하며, 지금까지 이곳을 탈출해서 살아나온 자가 한 명도 없는 북한 최악의 정치범수용소이다. 지형적으로 함경북도 깊숙한 고산지대에 속하고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리소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인접해 있는데, 핵실험장 위쪽으로 해발고도 2200m의 만탑산이 있고, 관리소 안쪽으로는 강제노동 현장인 농장, 작업장 및 수감동 등 시설이 있다. 핵실험장과의 직선거리는 10km다. 풍계리는 지금까지 이미 6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방사능에 피폭되어 있어서 주변 환경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곳에 수감자들이 동원되어 강제 노동을 한다는 사실이 좀체 믿기지 않는다.

수용소와 핵실험장 연결 산비탈 소로

화성 16호 관리소와 풍계리 핵실험장을 연결하는 소로길이 산비탈 급경사면에 지그재그로 굽이져 있다. /사진=구글어스

풍계리에는 4개의 핵실험 갱도가 있다. 1번 갱도는 동쪽에 있고,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이후 폐쇄되어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1번 갱도 위쪽으로 화성 16호 관리소가 있는데, 이 사이를 연결하는 급경사 비탈면에 소로길이 나 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쉽지 않은 숲속 작은길이다. 산 능선까지 경사가 급해서 바로 연결되지 않고 지그재그로 돌아가면서 올라가는 굽이진 길인데, 실수로 굴러떨어져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아찔하고 위험천만해 보인다. 이 길을 굶주린 수감자들이 무거운 짐을 끌고 지고 하염없이 오르내렸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1번 핵실험 갱도에서 수용소 내 수감동 지역까지는 직선으로 10km 거리에 이른다.

대규모 수용소 농장, 작업장 및 수감동 시설

화성 16호 관리소에는 산골짝 곳곳에 수감동과 작업장이 있고, 주변에는 산을 깎아 개간해서 강제 노역장인 농장을 넓게 조성했다. /사진=구글어스

관리소 내에 수감동과 작업장, 그리고 인근에 산지를 개간한 거대 농장이 넓게 펼쳐있다. 산속 골짜기에 수감동과 작업장 시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이 보인다. 산을 깎아 여러 곳에 너른 농장을 조성했는데, 대단한 규모다. 이곳 농장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이라고 노래하는 그런 낭만적, 목가적 자연 농원이 아니고, 수감자들이 인간 이하의 강제노동을 하는 죽음의 노역장인 것이다. 수감동 아래로는 하천인 대포천이 흐르고, 16번 도로가 관리소 곳곳을 연결한다.

탈북민들의 증언과 진술에 따르면, 관리소 수감자들은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당과 수령과 조국을 배신한 배반자로서 곱게 죽어서는 안 되고, 뼈에 사무치도록 아픔과 고통을 처절하게 느끼다 서서히 죽음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 정권의 기본방침이라고 한다. 이들은 죽으면 산속에 묻히거나 그냥 버려지기도 한다는데, 간혹 화장해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북한 구금시설 내 화장장 2곳을 위성사진에서 찾아보았다.

구금시설 내 화장장(2)

북한 구금시설 화장장 2곳의 모습. 시신은 때에 따라 화장하고, 보통은 산속에 묻히거나 들짐승 밥으로 그냥 버려지기도 한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한결같은 증언과 진술이다. /사진=구글어스

외신 자료에 나오는 북한 구금시설 내 화장시설(Crematorium) 2곳의 모습이다. 왼쪽은 38노스 ATLAS 지도책에 기록된 곳인데, 함북 청진 25호 관리소 내에 있는 화장장 시설이다. 오른쪽은 미국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 보고서에서 확인한 곳이며, 함북 회령 전거리 12호 교화소 내 외딴 산골에 있는 화장터 모습이다. 산속 골짝의 화장터가 보기에도 원한이 깊게 서려 있는 듯 음산하고 으스스하게 느껴진다. 구천을 떠돌 원혼들의 안식과 명복을 삼가 빌어 본다.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이유로 억류되어 강제 노동을 하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목사 케네스 배(배준호)의 자서전에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수감 당시 낮에는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저녁에는 TV를 시청하는데, 방송에서 주구장창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내용과 노래가 지속적으로 나오더란다. 명색이 목사님 출신이라 말 같지 않은 우상화 방송 따위를 안 보려고 시선은 딴 데를 향하지만, 두 귀는 열려있어 어쩔 수 없이 들을 수밖에 없더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세월이 흐르니까 우상화 방송이 서서히 각인되는데, 배 목사가 저도 모르게 감화되어 “아~ 두 분(김일성, 김정일)이 참으로 훌륭한 위인들이시구나”라는 소리가 절로 입 밖으로 나오더란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라며 그가 화들짝 놀랐다고 하는데, 이만큼 우상화 세뇌 교육이 무서운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 모 부처에서 북한 방송을 일반에 공개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필자는 케네스 배의 사례를 들어 이 제안에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현명한데, 북한의 수준 낮은 치졸한 우상화 방송에 넘어가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케네스 배의 사례에 따르면 사람들이 우상화 세뇌 선전 선동 공작에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명색이 목사님 출신도 넘어간다는데, 말 다 한 것이다.

데일리NK와 RFA 등 보도에 따르면, 풍계리는 6차례 핵실험으로 방사능 피폭 등에 의해 주변 자연환경이 심하게 오염되어 주민들 상당수가 방사능에 노출돼 있고, ‘귀신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원인도 모르고 죽는 등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험악한 죽음의 핵실험장 사지에 관리소 수감자들을 동원해서 강제 노역을 시킨다는 것은 인류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만행인 것이다.

나무위키 설명에 따르면, 화성 16호 수용소는 수감자들을 핵실험장 유지보수 등에 사용했기 때문에 전쟁 또는 기타 이유로 시설이 개방되거나 폐쇄, 또는 다른 곳으로 이전될 경우 사실 은폐를 위해서 마지막 순간에 수감자들을 모두 학살 처분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 공산정권이 얼마나 더 악업을 쌓아가려는 건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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