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몰래 시청한 北 주민들…불시검열 진행

대회 기간 밀고 이어져…평안북도 보위국 8일부터 국경 주민 세대 급습해 가택수색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 93-63으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

중국과 인접한 평안북도 국경 지역 주민들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비밀리에 시청했다는 밀고가 이어져 도 보위국이 주민 세대 불시 검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시기에 신의주와 의주의 많은 주민이 텔레비죤(TV) 비밀통로로 몰래 경기들을 시청했다는 밀고가 제기됐다”며 “이에 도 보위국은 8일부터 일주일간 주민 세대 불시 검열을 내적으로 선포하고 검열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 의주 등 북중 국경 지역 주민들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시작되자 국가 승인을 받지 않은 비밀통로로 몰래 경기들을 시청했고, 그러는 사이 아시안게임에 관한 논쟁으로 열기가 뜨거워지고 여론이 조성되면서 인민반과 직장, 대학을 비롯한 여러 단위에서 보위부에 밀고가 이어졌다.

보위부에 밀고된 내용으로는 ‘우리나라 여자 농구가 남조선(남한)에 패했는데, 남조선 농구팀이 3점짜리도 잘 넣더라’, ‘남조선 여자 탁구 선수들은 웃으면서 잘하더라’는 등 남북 간 경기에 관한 소감이 많았고, 또 ‘우리나라 남자축구는 마구잡이더라’라는 등 남자 축구팀의 거친 플레이에 대한 주민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밀고를 받은 보위부가 내용을 종합해 도 보위국에 보고했고, 이 내용이 도당에도 보고되면서 도 보위국과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가 협력해 8일부터 일주일간 불시 검열을 진행하라는 내적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햇다.

이에 따라 실제 8일부터 검열이 시작됐고, 검열원들은 주민 세대별 TV 통로가 제대로 고정돼 있는지와 조정한 흔적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번 밀고에 주민들이 검열에 대비해 소형 액정 TV 한 대씩을 몰래 숨겨놓고 있으면서 중국 신호를 잡아 시청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어 검열원들이 이를 찾아내려 집안 곳곳을 닥치는 대로 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신의주와 의주에서는 검열 첫날과 이튿날인 8일과 9일에만도 수십 명의 주민들이 붙잡혔고, 보위국에는 주민들로부터 회수한 액정 TV들이 쌓였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도 보위국은 이런 현상이 신의주와 의주에서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중국 텔레비죤 신호가 잡히는 철산, 삭주 등의 주민 세대들에도 불의에 가택수색을 진행 중”이라며 “감춰두고 쓰던 미등록 액정 텔레비죤뿐만 아니라 콤퓨터(컴퓨터)나 손전화(휴대전화)가 있는지도 확인하는 사업에 들어가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대회 폐막식까지도 다 본 주민들이 있는데, 그런 주민들 중 일부는 ‘아시아경기대회가 다 끝나고 검열이 진행돼 다행이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