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성, 해외 무역 거래 ‘안전망’ 확보 지시…알고 보니

식량 수입 확대 방침 밝히면서 대북 금융제재 우회해 대금·환전 거래할 대포통장 확보 주문

지난 2018년 11월에 촬영된 라선(나선)국제상업은행 외관. /사진=데일리NK

북한의 무역 업무를 총괄하는 대외경제성이 중앙기관 무역회사들에 올해 말까지 해외 각국에 대금 및 환전 거래 ‘안전망’ 확보를 골자로 한 ‘비상 무역 체계’ 구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외경제성은 지난 2일 중앙기관 무역회사들에 중국과 러시아 등 우호국들로부터 식량 수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북한은 올해도 농업생산량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예측되자 해외에서 식량을 대거 수입하기 위한 비상 무역 체계 확립을 국가 무역의 최우선 사업으로 내밀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대외경제성은 중앙기관 무역회사들이 임의 시각에 언제든 국가가 내린 식량 수입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외 각국에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이번 비상 무역 체계 확립 지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북한 중앙기관 무역회사들은 그동안 해외 무역업자가 요구한 상품을 수출하고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식량을 구매하거나 상부의 지시에 따라 달러 또는 위안화를 국내에서 준비해 인편이나 은행 간 이체로 식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식량 수입을 진행해왔다.

다만 국가 간의 정치적 우호 관계와는 별개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에 동참하거나 눈치를 보고 있어 북한 무역회사가 외국 은행을 통해 수출대금을 받거나 이를 달러로 환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에 대외경제성은 북한의 국제 금융망 접근을 차단한 대북 금융제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우회하기 위해 중앙기관 무역회사들이 중국 등 해외 각국에 현지인 명의로 된 대포통장을 과감하게 늘려 외환 거래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회피해 외국과 무역 거래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안전한 통로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중앙기관 무역회사를 중심으로 국가가 원하는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식량을 수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만성적인 국가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에 국가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재 평양대흥모피무역회사와 영흥무역회사 등은 내부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 현지 무역업자를 통해 현지인을 포섭해 대포통장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 조치를 진행할 것을 산하 해외 무역대표부들에 지시한 상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