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방러이후 특이동향: 강대강 정면돌파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연회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월 14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은 미국의 거듭된 경고속에 러시아를 순방(9.10~19)하고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비롯 우주, 항공, 군사시설들을 참관하였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잘못된 만남, 위험한 거래’라는 평가가 지난 방러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방러 결산

김정은-푸틴간 정상회담 합의사항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합의서나 기자회견도 없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곤궁에 처해 있는 푸틴에게 탄약 등 군수품을 수출하고, 그 댓가로 생필품과 첨단기술 지원을 약속받았을 것이다”고 추정하면서 “이같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거래는 양국에 단기적으로는 숨통을 틔워주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였다.

즉 김정은은 전통적인 제1후원국 중국과의 관계 손상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와 같은 반작용을 감내해야 하며, 러시아로부터의 정찰위성·핵추진잠수함 등 첨단분야 기술 전수는 그간의 러시아의 관례로 볼 때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거나 속도가 매우 더딜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푸틴이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위상에 흠집까지 감수하면서 김정은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대북제제 장기화 국면에서 북한의 군수물자 지원 능력(수량·지속성)이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과 러시아의 딜(deal)은 인적·물적 교류나 정찰위성 재발사와 같은 후속 조치를 예의 주시해야 하겠지만, 겉으로는 화려하나 속은 충실하지 못한 외화내빈(外華內貧)·반짝특수·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특히 푸틴이 중국이나 미국과의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급반전시킬 경우 북-러 관계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방러 이후 주목되는 동향과 시사점

김정은이 귀환한 이후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는 두만강역, 나진항 등에서 은밀한 움직임이 일부 포착되고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러시아 외무장관 방북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윤정호 대외경제상이 모스크바를 실무방문(9.28)한 것이 확인되었다. 그렇지만 북한 내부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가장 먼저, 김정은 동향이다. 김정은은 지난 9월 19일 평양으로 귀환한 이후 곧바로 당 정치국 회의(9.20)를 개최하여 방문 성과를 결산하였다. 당일 저녁에는 축하연회도 열었다. 9월 26일에는 제14기 9차 최고인민회의 1일차 회의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하였다. 이같이 김정은이 현장 시찰과 같은 공개활동 보다 정책회의 주재에 주안을 두고 있는 것은 이른바 전승(7.27 휴전협정 체결일) 70주년, 핵지휘소훈련, 정권 수립 75주년, 방러로 이어진 강행군의 피로를 풀면서 방러 후속 조치와 향후 정책 기조 검토에 몰두하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

둘째, 대내외 정책과 관련해서는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있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제1일차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고 향후 ‘핵무력 정책’을 명문화하였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9월에 핵선제공격 5대 조건 등을 담아 제정한 법,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를 헌법 제4장(국방편)에 반영한 것이다.

“사회주의헌법 제4장 58조에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해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명기할 데 대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은 매우 심원하고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김정은 기조연설)

“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이 국가주권과 령토완정, 인민의 권익을 옹호하며 모든 위협으로부터 사회주의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사수하고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강력한 군력으로 담보하는 데 있다는 내용이 반영됐다”(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보고)

김정은이 ①집권 직후 헌법 전문에 ‘핵보유국’을 명기(2012.4) 하고 ②지난해 9월에는 핵무력정책법(‘핵불포기와 선제공격조건’ 공식화)을 제정한 데 이어 ③이번에 헌법 제4장 국방편에 핵무기의 사명, 핵능력 고도화 의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기한 것은 ▲《핵포기는 절대 없다》는 점을 더욱 분명히 한 일종의 ‘쐐기박기’ 전술이며 ▲설사 핵 협상장에 복귀하더라도 북한 비핵화가 아닌 《미북간 군축협상》을 주장하기 위한 ‘장기포석’으로 평가된다.

한편 김정은의 연설을 통해서는 핵능력(질과 양) 고도화 박차, 내부 총동원 태세 구축, 북중러 3각 협력을 비롯 반제전선 강화 등을 중점 강조함으로써 당분간 기존의 ‘강대강’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가 9월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핵무력 정책을 북한 사회주의 헌법에 명시하는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셋째, 선전전도 활발하다. 주요 동향을 보면 ▲신문방송과 기록영화, 특집화보 등 선전매체들을 총동원하여 “역사적인 대외혁명 활동”으로 의의를 부각하는 가운데 제1차 도·시·군 인민위원장 강습회(9.29~10.2)를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연설과 관련 “정치문외한, 외교백치의 히스테리적 망발‘ 제하의 극렬비난 논평을 발표(9.25)하였다 ▲월북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을 조건 없이 추방하였다(9.27) ▲최선희 외무상을 비롯한 외무성 주요 간부(임천일 부상, 김성 유엔주재대사, 대변인, 김정규 러시아담당국장), 원자력공업성 대변인, 국방성 대변인 등이 전면에 나서 유엔 안보리의 북한 문제 논의, 한미일 3각 연대 강화 등 현안 이슈와 관련하여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반도는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했다. 적대세력의 무모한 군사적 모험과 도전이 가중될수록 국가 방위력 강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도 정비례할 것이다. 주권국들의 평등하고 호의적인 관계(북-러) 발전은 미국의 식민지에 불과한 대한민국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9.26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연설)

넷째,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며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비난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비난하면서 통상적으로 사용해온 ‘남조선(괴뢰)’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한민국’으로 호칭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10일 김여정이 미공군 정찰비행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면서부터였으며 이후 7월 20일 강순남 국방상 담화 등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김정은도 8월 27일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일본, 대한민국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 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며 ‘대한민국’ 단어를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사용했다.

북한의 이 같은 동향은 ①표면적으로는 윤석열 정부를 조롱하며 강한 적대감을 표시하려는 동향이나 ②보다 심층적으로 보면 남북한 관계를 같은 민족이 아닌 국가 대 국가, 즉 제3국·적대국가로 대하려는 저의가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김정은은 ▲고슴도치식 ‘강대강’ 정책의 당위성 확보 ▲윤석열 정부 패싱으로 초조감 유도 ▲국내 감상적 통일론자들의 반정부 투쟁 고무 ▲대남 전술핵무기 사용의 거부감 해소(전술핵을 활용한 무력적화통일) 등의 파급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편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을 녹화보도(9.1/2) 하면서 우리나라를 ‘괴뢰’로 부르며 자막에 표기하는 상식 이하의 행동까지 보였다.

이로 볼 때 앞으로 북한은 주민들에게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남조선 괴뢰’, ‘대한민국’이라는 두 가지 표현을 겸용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특히 《대한민국》 용어는 비난을 넘어 상대를 무시·패싱(passing)하는 외교전술적 의미까지 담을 필요성이 있을 경우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변화의 조짐도 다소 보였다. 김정은은 수해 대처 부실로 경질설이 나돌던 김덕훈 내각 총리를 유임시켰으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면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였다.

맺음말

김정은의 방러와 이후 동향을 종합해 볼 때, 가장 큰 특징은 ①헌법에 핵보유 지위는 물론 ‘핵 영구불포기와 선제공격 정책’을 명기한 점 ②반제·반미 공동전선 형성에 주력하고 있는 점 ③《대한민국》 표현 사용으로 윤석열 정부 패싱 전술을 노골화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로 볼 때 향후 북한은 ▲당분간 ‘강대강 정면돌파전’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푸틴과의 밀착과 북중관계 관리를 통해 ▲북중러 대 한미일 신(新) 냉전구도를 형성하는 전략전술을 통해 ‘핵전력 고도화와 경제난 타개’라는 이율배반적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수면 하에서는 미북 협상장으로의 복귀 타임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2024년 11월 미국 대선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①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의 핵보유는 국제법 위반이다. 절대 인정될 수 없다. 비핵화 협상장에 돌아오는 것만이 살 길이다≫, ≪핵도발은 곧 김정은 정권 붕괴이다≫, ≪중·러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라는 사실을 지속 강조하면서 북한을 비롯 중·러를 압박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②3축 체계와 한미일 공조 내실화를 통한 북핵 대응 시스템 조기 구축 ③북한의 참혹한 실상과 핵을 기반으로 한 적화통일전략전술의 위험성, 우리의 대비태세 노력 등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대국민보고 활동 ④북한사회 저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한 대북심리전 등을 보다 전방위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일에 즈음하여 제3차 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한다면, 이를 계기로 ‘휴전선 대북확성기 방송을 즉각 재개’하는 시나리오도 하나의 대응 방안이 될수 있다. ⑤특히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한반도 정책이 급변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B 전략전술도 물밑에서 병행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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