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추석날 아침, 성묘하러 가는 북한 주민들?

북한 주민들이 추석을 맞아 성묘를 하러 가는 모습(2019년 촬영).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추석날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너무도 궁금했다. 몇 해 전 추석날 아침, 북중 국경에서 두만강 건너 북녘땅을 바라봤다. 마침 두만강 건너 자주 바라보던 어느 마을에 산소가 많이 보였고, 추석 당일 그곳의 모습을 꼭 사진에 담고 싶었기에 때를 기다렸다. 북한 주민들이 성묘하러 간다면 반드시 그 산소에 올 거라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나절이 지나자 마을 어귀에 집을 나선 사람들이 삼삼오오 보였고, 산소로 향하는 산등성이에는 어느새 사람들이 빼곡히 길을 메웠다. 머리에 이고 지건 다름 아닌 차례를 지낼 음식이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경운기 한 대에 여러 명이 타고 힘겹게 산길을 오르는가 하면, 대다수 사람이 높은 산길을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일찍 산소에 도착한 사람들은 주변의 풀을 정리하고, 또 어떤 이들은 가져온 음식을 펼쳐놓고 차례를 지내기도 했다. 영락없이 우리와 별반 다름없은 추석날 아침 성묫길 풍경이었다.

하지만 분명 같은 듯하면서도 차이가 있었다. 제법 높은 산길을 오르는 차량은 보이지 않았고, 걸어서 오르는 사람들의 힘겨운 발걸음만이 가득했다. 그나마 코로나19 직전의 모습이었으니, 2023년 9월의 추석날은 어떠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코로나19를 구실로 삼아 외부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지난 3년간의 북한 내부 사정은 이전과 비교하면 더욱 어렵다는 점은 자명하다. 북한 당국도 ‘건국이래 류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난이 겹쌓인’(노동신문, 2023.9.28.)이라고 표현할 만큼 내부 사정은 참담하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라는 표현이 나돌만큼 북한의 식량난은 최악의 상황이라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의 추석맞이는 과연 송편을 먹으며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을까? 추석 하루 전날인 지난 9월 28일자 노동신문은 ‘우리의 민속명절-추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추석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이한 건 추석을 예전 사람들이 즐기던 민속 명절임을 강조한다.

북한 주민들이 추석을 맞아 성묘를 하러 가는 모습(2019년 촬영).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원문을 그대로 옮겨보면 “이날 사람들은 명절 옷차림을 하고 조상의 묘를 찾아가 제사를 지냈다. 사람들은 집주변의 높은 산에 올라가 떠오르는 달을 구경하기도 하고 집마당에 모여앉아 달을 바라보며 즐기기도 하였다. 이런 달구경 풍습에는 다정다감하고 정서가 깊은 우리 민족의 내면세계가 잘 반영되여 있다. 추석명절을 즐겁게 보내기 위하여 가정들에서는 전날에 음식준비를 잘하였다”고 언급했다. 이 모습만 보면 지금 남한에서 우리가 즐기는 추석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우리는 민속 명절 풍습 그대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 주민의 추석이 이 기사의 내용처럼 맛잇는 음식을 즐기며 달구경이나 할 만큼 여유로울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예전 사람들이 즐기던 우리 민족 고유의 풍습임을 강조하는 것일까?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맺는다. “오늘날 추석은 우리 인민들이 곁을 떠난 잊지 못할 혁명선배들과 동지들 그리고 부모형제들과 친척, 친우들을 가슴뜨겁게 추억하는 계기로 되고 있다”며 ‘혁명선배들’을 맨 앞서 강조한다. 민족 고유의 명절을 혁명선배들을 추억하는 날로 기억하지는 않는 우리와 비교하면 역시 민족풍속 역시 정치선전하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추석 날 아침, 힘겹게 산등성이를 오르며 성묫길에 오르던 북한주민들의 풍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자뭇 궁금하다. 만나고 싶어도, 가고 싶어도, 지금 분단의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가을바람에 애타는 그리움만 묻어 전할 뿐이다. 그 바람이라도 고향 땅 언덕에 가 닿았으며 하는 간절한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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